[현장에서] 배달의민족은 '게르만민족'이 될까
[현장에서] 배달의민족은 '게르만민족'이 될까
  • 이현정 기자
  • 승인 2019.12.2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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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를 외치며 애국 마케팅으로 성장한 배달 앱 서비스 배달의민족이 이달 초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에 팔렸다.

DH는 배달의민족의 가치를 40억달러(약 4조8천억원)로 평가했다. 국내 인터넷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며, 아시아나항공 매각가(2조5천억원)의 두 배 가까운 규모다.

직원 5명으로 시작한 국내 유니콘 기업이 잭팟을 터트렸음에도 국민들은 요기요·배달통에 이어 배달의민족까지 20조원으로 추산되는 배달음식 시장 전체가 독일 기업 손안에 들어갔다는 충격이 더 크다.

특히 민족정신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펼쳤던 배달의민족을 외국 자본에 넘겨준다는데 배신감이 들 정도라고 한다.

배달의민족은 과연 '게르만 민족'이 된 걸까.

배달의민족은 해외 매각을 하면서 나름 명분을 내세웠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세계 시장 진출을 통한 더 큰 성장을 이루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 등의 잇따른 진출에 거센 도전'이라는 표현을 쓰며 쿠팡을 직접 겨냥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자본을 받아 국내에서 덩치를 키우고 있는 쿠팡을 지목해 반일감정을 자극하는듯했지만, 독일 자본에 넘어간 배달의민족이 마지막으로 애국주의에 호소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M&A 목적이 사업 역량 확대라고 하지만 누가 뭐래도 기업을 인수하는 입장에서는 지금보다 더 큰 이익이 없으면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

배달의민족이 M&A 이후에도 중개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기업의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결국 가격 결정권에서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배달의 민족이 혁신이라는 기존의 지향과 현실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과거의 성공이 만들어낸 한국판 신화는 여기가 끝이다.

배달의민족이 혁신이냐, 독과점이냐도 중요한 쟁점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달의민족의 기업결합 심사를 앞두고 있다.

조성욱 위원장은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긍정적 부분과 (독과점에 따른) 소비자 후생의 부정적 부분에 대해 균형감 있게 접근하겠다"면서도 "반드시 첨단기술이 아니어도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가져올 수 있다면 혁신일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놨다.

최근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나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운수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제출한 논리를 이번 기업결합 심사에도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두 회사의 합병 심사가 무난히 통과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혁신은 시장 진입을 노리는 다수의 기업이 함께 존재하며 경쟁할 때 가능한 것이다.

과거 이베이의 지마켓 인수 때에는 추가적인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들의 출현 가능성이 높았던 만큼 시장을 좀 더 유연한 시각으로 봤지만, 한 기업이 배달음식 시장의 99.8%를 점하게 된 상황에서 어떤 혁신이 일궈질 수 있을지 공정위는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배달의민족에 5조원을 베팅할 기업은 없다. 배달의민족은 해외 투자 자본 덕분에 이만큼 성장했고, 이 부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배달의민족에 느꼈던 애국심과 수많은 유니콘의 롤모델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완전히 외국 기업이 된 상황에서 배달의민족이 그저 그런 기업으로 잊혀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기업금융부 이현정 차장대우)

hjlee@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2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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