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한국은행이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도 고연령층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비교적 높다며 건전성 저하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은행은 26일 국회에 제출한 '2019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한은은 고연령층 가계부채에 대해 "총자산 규모, 연체율 수준 등을 감안할 때 현재로서는 시스템 리스크 측면에서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고연령층 가계부채의 잠재 리스크에 대응해 지속적인 정책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특히 한은은 고연령층이 소득 측면에서의 레버리지가 높고 금융자산에 의한 채무대응능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봤다.

실제로 고연령층 가계대출의 연체율은 낮은 수준이나 최근 상승 전환했으며 취약차주 수 및 대출규모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3분기 기준 60대 이상, 70대 이상 연체율은 각각 0.65%, 0.41%를 나타냈다. 지난 2018년 말 60대 이상과 70대 이상 연체율이 각각 0.52%, 0.32%에서 늘어난 수치다.

또 60대 이상 금융부채 보유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12.6%로 70대 이상은 251.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타 연령층(164.4~189.8%)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60대 이상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05.9%에 달해 100%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타 연령층은 81.8~88.3% 수준이다.







한은은 부채구조 질적 개선 및 리스크 관리 강화, 역모기지론 등 실물자산 유동화 제도의 활성화, 금융상품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등을 통한 가계자산 구성 다양화, 소득여건 개선을 통한 채무상환능력 제고 등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

민좌홍 금융안정국장은 금융안정보고서 기자 설명회에서 "고연령층의 가계부채 문제가 단순히 실물자산 유동화만으로 해결되긴 어렵고 평소에 빚을 갚아나가는 걸 유도해야 할 것"이라며 "노령층 디레버리징을 촉진할 방안이 마련되야 할 것이고 필요한 경우 주택 자산을 좀 더 원활하게 처분할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해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2017년 이후 규제 강화 등으로 모든 연령층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됐으나 60대 이상은 9.9%로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차주 1인당 대출금액은 모든 연령층에서 증가한 가운데 올해 3분기 말 60대 이상이 7천9백만원으로 30대 이하에 비해 높고 주된 경제활동계층인 40∼50대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출 분포를 보면, 60대 이상은 여타 연령층에 비해 고소득·고신용자 대출 비중이 가장 낮은 수준이었고 비은행 대출이 절반(3분기 말 53.6%)을 넘었다. 또 대부분이 담보 대출, 즉 주택 이외 담보대출 비중이 35.7%로 가장 높았다.

한은은 고연령층의 가계부채 누증 요인으로 ▲차주의 고령화 ▲노후소득 확보를 위한 차입수요 증가 ▲원금상환을 통한 부채축소 제약을 꼽았다.

실제로 55~63년생의 베이비붐 세대의 고연령층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60대에 신규 편입되는 차주의 대출규모가 2013년 10조에서 2015년 22조1천억원, 올해 25조9천억원으로 늘어났다.

또 기대수명이 연장되면서 노후준비 필요성이 커져 임대부동산 투자 및 자영업 진출 등을 위한 차입수요가 지속됐다고 봤다.

한은은 "부동산임대가구 보유 금융부채 중 60대 이상의 점유 비중이 2013년 19.7%에서 2018년 27.4%로 상승했다"며 "자영업자 보유 가계대출 중 60대 이상 비중도 2012년말 16.0%에서 올해 3분기말 21.7%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은은 저소득 자영업자의 경우에도 사업규모가 작고 업황부진을 견뎌낼 여력이 부족하여 경기둔화 시 대출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저소득 자영업자는 소득 3천만원 이하 기준이고 대출금액이 5억원을 초과하는 자영업자는 제외된다.

지난 9월말 기준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 금액은 51조8천억원으로 전체 자영업자 대출 670조6천억원의 7.7%를 차지한다.

한은은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은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지원 등에 힘입어 일부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저신용자(6.8%), 고금리(12.4%) 및 연체 차주(4.1%) 대출 비중이 여타 자영업자(3.5%, 4.7%, 2.2%)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은은 "저소득 자영업자의 경우 최근 장기연체자의 대출 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소득 대비 이자상환부담률이 상승하는 등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되고 있는데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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