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70% 우선인수 후 2년 뒤 잔여지분 인수

하나·우리·신한 돌고돌아 KB 품으로…최종 인수가가 관건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KB국민은행이 캄보디아 1위 소액대출회사 프라삭(Prasac) 인수에 성공했다.

지난 2016년 한차례 매각이 진행됐다 무산됐던 프라삭은 두 번째 도전 끝에 국내 시중은행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게 됐다. (연합인포맥스가 지난 5월 20일 송고한 '신한 vs 국민 '캄보디아 혈투'…1조 프라삭 인수경쟁' 기사 참고)

◇亞 공략하는 KB, 캄보디아 프라삭 70% 인수

국민은행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프라삭 지분 70%를 인수하기로 의결했다.

인수가격은 약 7천20억원이다. 2년 뒤 잔여지분 30%를 추가 인수하기로 한 점을 고려하면 최종 인수 가격은 약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조만간 주주들과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승인과 확인 실사 등의 조율과정을 고려하면 딜이 최종 완료되기까지는 2~3개월의 물리적인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프라삭은 은행을 포함한 캄보디아 전체 금융기관 중 대출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연간 당기순이익은 907억원으로, 순이자마진 8.3%, 자기자본이익률(ROE) 29.4%를 시현하는 알짜 매물이다.

현재 국민은행은 캄보디아에 은행법인을 설립해 6개의 지점을 운영 중이다.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글로벌 네트워크가 부족한 국민은행은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따라 동남아시아를 해외진출을 거점으로 삼고 현지공략 전략을 세워왔다. 그중에서 캄보디아는 신남방 국가 중 최우선 공략지역으로 손꼽혀온 곳이다.

국민은행은 잔여지분 인수가 완료된 이후 소액대출금융기관(MDI)에 한정된 영업을 하는 프라삭을 상업은행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전략의 일환인 아시아 리테일 네트워크 확장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상업은행으로 전환한 이후 동남아 지역으로 비즈니스를 점차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고 돌아 KB금융 품으로…고가인수 논란은 과제

프라삭 매각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6년에는 지분 50%를 대상으로 우리은행과 하나금융지주가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우리은행이 주주들과 세부조건을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이번 프라삭 매각은 별도의 입찰 절차 없이 경매 호가 방식으로 인수자를 정하는 프로그레시브 딜로 진행됐다.

최대 주주인 스리랑카 대기업 란카오릭스(LOLC)와 뱅크오브이스트아시아(BEA), 우리사주조합이 보유한 지분의 최대 90%까지 입찰이 가능했다.

당초 이번 입찰을 앞두고 국내 시중은행 중에선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내부 검토를 진행했다.

하지만 프라삭 측이 PBR 4배 수준의 가격을 요구하며 금융권에선 '비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일부에서는 수익성에 한계를 느낀 국내 금융그룹이 해외에서 지나친 인수합병(M&A) 경쟁을 하며 남의 배만 불려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한 동남아시아 지역 소액대출회사의 몸값이 몇 년 사이에 두배 이상 상승하기로 했다.

이번에도 프라삭이 원하는 수준의 가격을 먼저 제안하는 곳에 유리한 게임이었다. 해외 네트워크 확장에 목말랐던 국민은행은 결국 오랜 시간 프라삭과 유지해온 협력 관계를 내세워 인수를 강행했다.

프라삭의 첫 번째 매각이 진행됐던 2016년에도 인수를 저울질했지만, 당시 현대증권 인수라는 현안에 밀려 참여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기억하는 사람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KB금융 관계자는 "프라삭은 몇 년째 성장 가능성을 타진한 매물이고, 캄보디아라는 시장 자체가 가진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내다본 것"이라며 "오랜 협상 끝에 가격 부분에서도 긍정적인 진행이 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연간 1천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내는 금융회사 지분 70%를 7천억원에 사들였다는 데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캄보디아 MDI의 평균 인수가를 고려하면 프라삭은 싸게 사들였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수익 창출력을 고려하면 잔여지분 인수를 포함한 가격은 PBR 1.48배 수준을 기록할 것이란 게 국민은행 측의 설명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가격상 가치로는 고가 인수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며 "세부적인 딜의 조건과 최근 3~5년 사이 프라삭이 보여준 수익창출력, 자산가치 등 추세적인 지표를 살펴봐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고 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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