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새로운 주인이 되면서 건설 중심의 사업구조를 항공업을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사업으로까지 확장하는 계기를 만드는 첫발을 내디뎠다.

현대차를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초석을 올린 뒤 주택사업으로 물러섰던 포니정 일가가 항공산업의 주축 기업에 올라서면서 권토중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주택산업의 침체가 장기화하는 속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것이어서 설사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두마리 토끼를 어떤 방식으로 잡을 것인지에 대한 정몽규 회장의 경영능력을 본격 검증하는 시험대가 열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7일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 안건을 의결하고, 이날 오후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한 달 보름여만이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의 구주가격 산정을 두고 양측간 실랑이가 있긴 했지만 정몽규 회장이 공언한 대로 연내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는 온전히 정몽규 회장의 몫이 됐다.

지난달 12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정몽규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자신했다.

정 회장은 당시 "앞으로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며, 인수 후에도 신형 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 초우량 항공사로서 경쟁력과 기업가치가 모두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이런 자신감은 그룹의 자금원인 HDC현산의 호실적에 기반했다.

두자릿수의 매출이익률을 올리는 주택사업의 힘으로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조2천여억원과 3천910억원으로 벌써 작년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조3천여억원이고 올해 3분기 기준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7천547억원으로 부의 흐름을 보일 만큼 양호하다.

시작은 순조롭지만 앞날은 험로가 예상된다.

HDC현산의 주가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거론된 이후 줄곧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올해 3월 19일 5만2천700원으로 연중 최고가를 찍었던 주가는 이달 12일 2만4천700원으로 최저가로 떨어졌다.

주택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을 아시아나항공에 털어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데다 12.16대책 등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캐시카우인 주택사업의 앞날이 어두운 까닭이다.

김선미 KTB 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인수로 보유현금의 상당 부분이 인수자금으로 투입될 예정이기에, 기존 본업에서의 투자계획은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도에 따라 기업가치 변화가 클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김승준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도 "풍부했던 현금흐름을 기대하게 했던 자체 현장의 확대는 어려워졌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당장 현대산업개발의 실적 기여에 긍정적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과 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엮어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정몽규 회장은 "모빌리티라는 개념이 아직 확정된 개념은 아닌 것 같다"며 "HDC에서 항만 사업도 많이 하기 때문에 육상이나 해상, 항공 이런 것을 앞으로 좀 더 연구해 볼 수 있지 않겠나 그런 측면에서 아시아나 항공 인수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최근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과의 관계가 호전될 가능성이 큰 것과 우군으로 미래에셋증권을 확보한 점은 보완재 역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직후 이러한 점에 기대를 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무리를 하면 단독으로 인수할 수 있는 재정상태를 가지고 있다"면서도 "여러 M&A를 성공적으로 한 박현주 회장의 안목, 인사이트를 받고 싶어 같이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 인구의 40%가 여권을 가지고 있다는데 중국은 4%라고 한다. 10%만 되더라도 엄청나지 않겠느냐"고 말해 향후 중국 여행수요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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