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아시아나항공이 31년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 품을 떠나 HDC현대산업개발을 새 주인으로 맞는다.

심각한 유동성 어려움과 경영난을 겪어온 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이 투입할 2조원이 넘는 자금을 발판삼아 새로운 신세계로 비상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금호산업과 HDC현산은 27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매각·인수 안건을 의결했으며, 이날 오후 공식적으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

지난 4월 15일 매각절차를 공식화 한 이후 8개월 만에 모든 과정이 마무리됐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은 HDC현산이 주도적으로 추진할 사업재편과 구조조정,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다각도의 계획 등을 통해 '클린' 국적항공사로 거듭날 기회를 얻게 됐다.

우선 HDC협산이 유상증자를 통해 새로 투입할 2조2천억원의 자금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상당폭 개선하는 동앗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분기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909.2%에 이를 정도로 재무구조는 열악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9천665억원 수준인 자본금에 2조2천억원이 더해지면 부채비율은 300%대 중반으로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

신용평가사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큰 만큼 자체적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편도 생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이미 지분 매각에 대한 불확실성이 낮아진 점 등을 고려해 신용등급을 '상향검토' 대상에 등록했다"며 "향후 유상증자 실시와 규모, HDC현산의 계열 지원 가능성 등을 고려해 향후 신용등급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인수가가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에서 결정된 만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항공업황과 유가, 환율 등의 거시 변수가 영업에 큰 영향을 주지만 항공기 도입 등을 통해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항공사 입장에서 신용도는 매우 중요한 변수이기도 하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오르더라도 1%포인트(p) 이상의 금리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고스란히 이자를 충당하는 데 쓰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정도의 신용도를 달성해야만 새 주인이 된 HDC현산의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신용등급 'BBB-'인 기업의 민평금리는 전날 기준 7.228% 수준으로 매우 높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한 단계 높은 'BBB'의 경우는 5.993% 수준에 불과하다.

신용등급이 추가로 오르면 이자 부담은 현격히 줄어든다.

신용등급이 'BBB+'인 대한항공의 3년물 개별민평은 3.579% 수준에 불과하다.

아시아나항공은 그간 회사채를 발행하려도 수차례 시도해 왔지만 신용도가 나빠 무위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

시장 조달에 실패하면서 채권단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고, 빚을 상환하기에 벅찬 상황이 반복되면서 결국 유동성 문제를 초래했다.

공격적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더해 심각한 침체기로 접어든 업황을 어떻게 극복해 낼 것인지도 아시아나항공에 닥친 큰 과제다.

최근 저비용항공사(LCC)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비교적 중장거리 노선 비중이 높은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은 '직격탄'을 맞았다.

아울러 일본 수출규제로 일본 여행 수요가 크게 줄어든 데다, 유가 변동성 확대로 원가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항공유 비용이 늘어난 점도 부담을 키운 대목이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66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아시아나항공은 올들어서도 1분기를 제외하면 모두 적자를 냈다.

특히,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3분기에도 57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업계의 우려도 극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 채권단 등이 대기업을 선호했던 것도 결국은 업황 리스크를 감당할 후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HDC현산이 2조5천억원을 인수가로 제시한 현재 상황은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최상의 결과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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