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한진칼 4대 주주에 올라있는 반도건설이 추가로 지분을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간 '남매의 난'이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까지 포함하는 가족간 싸움으로 확전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도건설이 캐스팅보트를 쥐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도건설이 최근 들어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수해 지분율을 8∼9% 수준까지 끌어 올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반도건설이 최근 공시를 통해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한진칼 지분율은 6.28%였다. 마지막으로 공시를 한 이후 추가로 2%포인트(p) 넘게 추가로 지분을 산 셈이다.

실제 최근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기타법인의 매매동향을 보면 이러한 관측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달 들어 기타법인으로 분류된 매수 주체는 한진칼 주식을 총 169만9천722주(2.87%) 사들였다.

지난 23일 조 전 부사장이 '조원태 체제'를 비판하면서 주가 상승을 기대한 다른 법인들이 주식을 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업계에서는 기타법인의 실체가 반도건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기타법인은 투자주체 중 기관투자자가 아닌 일반회사를 의미한다.

앞서 반도건설은 지난 10월 8일 계열사를 통해 총 5.06%의 한진칼 지분을 '깜짝' 확보하며 한진가와 KCGI의 지분 경쟁 구도에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당시 업계에서는 이러한 반도건설의 행보를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알려진 델타항공이 이미 10%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지배구조를 둘러싼 분쟁도 사실상 종결됐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도건설은 이후에도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6.28%로 늘리더니, 이달 들어서도 이 기조를 유지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반도건설이 추가로 지분을 매입해 실제 지분율을 8~9%까지 끌어 올릴 경우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양상은 좀 더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6% 중반 수준에서 비슷하다.

조원태 회장이 6.52%를 보유하고 있고,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각각 6.49%와 6.47%를 갖고 있다. 이명희 고문도 5.31%를 보유중이다.

한진그룹 관련 재단 보유분 4.15%까지 합치면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8.94%다.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알려진 델타항공이 보유한 10%를 합산하면 우호지분은 38.94%까지 확대된다.

하지만 지난 23일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의 독주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다른 주주들과 협의를 통해 모종의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데다, 조 회장이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과 '크리스마스 갈등'까지 표출한 상황이어서 가족 간 합산 지분율의 의미는 퇴색된 상태다.

조 전 부사장이 이 고문과 연대해 다른 주주들과 힘을 모을 경우 조원태 회장은 난감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만약 조 전 부사장과 이 고문이 반도건설 측을 우군으로 데려온다면 지분율은 단번에 20% 수준에 육박하게 된다.

17.29%의 지분을 보유하면서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압박해 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정점이 될 내년 3월 주주총회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 측에서 반도건설 쪽과 접촉을 시도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며 "다만, 반도건설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터라 돌아가는 상황을 예의주시만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반도건설이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에 깊이 관여하려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면서 "보유한 지분을 바탕으로 사업적으로 유리한 이득을 얻기 위한 거래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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