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돌아보면 2019년 8월은 아찔했던 시기였다. 우리나라 경제 위기론이 갑작스레 불거졌던 때였다. 외환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면서 위기론은 더욱 부각됐다. 지난 1년간의 환율과 금리, 코스피 차트를 보면 일촉즉발의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먼저 달러-원 환율이다. 2019년 초 1,110원 수준에서 거래되던 달러-원 환율은 4월께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5월에 1,190원을 돌파하고서 잠시 주춤하더니 7월 들어 다시 랠리를 보였다. 8월에는 마지노선으로 인식됐던 1,200원대를 돌파했고 같은 달 13일 장중 1,222원까지 치솟았다. 외환당국의 물량 공세로 상단이 막히기는 했지만, 한동안 1,200원선 안팎에서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떨어지기 마련인 채권 금리도 작년 8월이 최저였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초 1.8%대를 웃돌았으나 이후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대가 반영되면서 내림세를 타다가 8월에 정점을 찍었다. 같은 달 19일 기록한 장중 저점은 1.093%였다.



(2019년 달러-원 환율과 국고채 3년 금리 추이, 출처 연합인포맥스)





국내 주식시장 역시 8월에 가장 크게 흔들렸다. 작년 연초 기세가 등등했던 코스피는 4월에 장중 2,200선을 돌파했지만, 이후 경기 우려 등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8월에는 급전직하하며 1,900선을 깨고 내려가기도 했다.



(2019년 코스피 일봉 차트, 출처 연합인포맥스)







작년 8월 금융시장은 왜 이렇게 암울했을까. 수출과 내수 지표 모두 안 좋은 상태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증폭되며 금융시장 전반의 심리가 악화했던 탓이다. 한국과 일본의 통상 갈등 우려, 홍콩 사태까지 겹쳤다. 이 영향에 달러-원 환율과 국고채 금리는 2년여 만에 각각 최고,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다시 시장과 경제주체들의 위기 심리를 부추기는 격이 됐다.

다행스럽게도 연말 환율과 금리는 작년 고점과 저점의 대략 중간값에서 마감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회복까지는 아니더라도 비교적 안정적인 시장 흐름이 전개됐다. 달러-원 환율은 1,156원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365%로 2019년 종가를 형성했다. 코스피는 2,197에 마감하며 2,200선에 육박했다. 미중, 한일 관계 등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한 점이 금융시장 안정에 주효하게 작용했다. 국내 경제 침체가 진정될 것이란 기대도 일부 반영됐을 것이라 본다.

2019년이 끝나가던 즈음 2020년 우리 경제를 기대해봄 직한 숫자들이 나왔다. 지난달 30일에 나온 11월 생산 지표가 대표적이다. 광공업생산은 전월 대비로 0.5% 감소했지만, 다른 생산 지표나 투자 지표들은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선행지수가 3개월 연속으로 상승한 것은 물론 상승폭도 확대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싹트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이 2019년 마지막 날 발표한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경제심리지수(ESI)에서도 기업 체감경기와 경제 심리 전반이 개선되는 흐름이 확인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지표 개선을 근거로 "우리나라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까지 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큰 소망이다"고 말했다. 경제부처 수장의 경자년(庚子年) 소망이 이뤄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지만, 연말 연초 금융시장은 일단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분위기다. 올해 말 열어본 환율, 금리 차트는 우리 경제를 어떻게 그리게 될까.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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