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세계 최대 매출을 내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이 본격화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국가의 관문이라는 상징성과 안정적인 매출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데다, 관세법 개정으로 운영 기간이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면서 롯데·신라·신세계 등 주요 유통 대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이르면 다음 주께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면세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다.

입찰 대상 면세사업권은 롯데(DF3 주류·담배)와 신라면세점(DF2 화장품·향수, DF4 주류·담배, DF6 패션·잡화), 신세계(DF7 패션잡화) 등 대기업 운영구역 5곳과 SM면세점(DF9 전품목), 시티플러스(DF10 전품목), 엔타스듀티프리(DF12 주류담배) 등 중소기업 운영구역 3곳 등 총 8곳이다.

공항공사는 다음 달 말께 새 사업자를 선정한 뒤 9월부터 영업을 시작하도록 할 예정이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지난해 총 매출은 2조8천억원가량으로 전 세계 면세점 중 1위다. 이번에 입찰에 나온 대기업 운영구역 5곳의 매출만 1조원에 이른다.

인천공항에 입점할 경우 유치하기 어려운 유명브랜드 계약이 수월해지고, 구매 물량이 커져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는 등의 장점이 있다.

물품 공급사를 상대로 한 교섭권도 커질 수 있고, 전세계에 브랜드 홍보를 할 수 있어 해외 진출 시 교두보가 될 수 있다.

현재 운영 중인 3개 구역이 모두 입찰 대상인 신라면세점은 자리를 수성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매출이 높아 가장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화장품·향수 판매 사업권은 반드시 지킨다는 전략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7년 인천공항 면세점 3개 구역을 철수하면서 신라·신세계에 추격을 허용한 만큼 이번 입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시 롯데면세점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경영 위기에 몰리자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제1터미널 3개 구역에 대해 사업권을 반납했다.

그 결과 한때 인천공항 점유율이 50%에 육박했던 인천공항 점유율은 최근 30% 후반까지 하락했다.

롯데면세점은 이번에 최소 2개 이상 사업권을 따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로부터 이어받은 3개 구역을 운영 중인 신세계는 운영 기간이 2023년 7월까지여서 롯데·신세계보다 절박하진 않지만 이번 입찰에도 참여해 운영구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입찰 조건과 임대료 등을 따져 무리하게 뛰어들기보다 사업권을 지키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입찰의 최대 변수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두산이 운영하던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추가로 확보하며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만약 인천공항까지 진출한다면 후발주자로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빠른 시일 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

문제는 입찰금액이다.

롯데·신라·신세계면세점은 지난 5년간 임대료로 6조원 가량을 납부했다. 연 매출의 약 40%를 임대료로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자들은 이번 입찰에서 기존의 최저보장금액 방식이 아닌 매출의 일정 비율만 임대료로 내는 영업요율 산정방식이 적용돼 임차료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경쟁이 과열될 경우 오히려 입찰가액이 상승할 수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와 현대 등이 입찰에 참여하면 낙찰가가 예상보다 크게 올라갈 수 있어 사업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며 "하지만 운영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나는 등 쉽게 오지 않는 기회를 포기하기 어려워 적자를 감내하면서도 공격적으로 베팅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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