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이란과 미국과의 전쟁 우려로 중동 긴장이 극도로 고조됐음에도 뉴욕증시는 소폭 오름세로 마감했다.

안전자산으로 간주하는 미 국채 가격도 하락세를 보였고, 유가는 당초 급등세를 보였던 데서 오름폭을 낮추고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중동 사태는 통상 금융시장에 단기적인 충격을 주는 데 그쳤다는 학습 효과가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완화적 기조, 미·중 무역 합의, 경제지표 개선 등 시장을 떠받칠 긍정적 재료가 더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6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24%가량 올랐고, S&P500지수는 0.35%, 나스닥지수는 0.56% 상승했다.

다우지수는 지난 3일 낙폭의 3분의 1가량을 회복했고, S&P500지수는 3일의 충격을 절반가량 회복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 초반 급등하던 데서 오름폭을 낮춰 0.4% 오르는 데 그쳤다.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장중 1.762%까지 떨어졌으나 장 마감 1.8%대를 회복해 상승 마감했다.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여 국채 가격은 하락했다.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서는 올랐으나, 유로화에 대해서는 하락했다. 주목할 점은 전형적인 위험통화로 간주해온 유로화가 달러와 엔화에 올라 그만큼 시장의 위험회피 심리가 크지 않음을 보여줬다.

시장은 분명 어느 때보다 고조된 중동 위험을 주시하고 있다. 연일 쏟아지는 헤드라인 속에서도 이란이 어떤 보복에 나설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이란이 당장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서 시장은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글로발트 인베스트먼트의 케이스 부카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시장의 반응은 패닉을 유발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중동에서 긴장이 극도로 고조됐던 때와 비교해 시장은 매우 차분한 방식으로 이를 소화하고 있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미군의 공습으로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사망한 이후 이란에서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에 대한 장례식이 거행됐다. 이란은 보복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보복에 나서지는 않았다.

시장은 긴장 고조에도 과거 중동 사태에서 금융시장의 충격이 단기에 그쳤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악시트레이더의 스티븐 이네스 시장 전략가는 보고서에서 미국 주식시장은 미국이 해외에서 군사 작전을 펼칠 때마다 오르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연준의 완화적 기조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합의 등 시장을 떠받치는 재료가 유지되는 점도 중동 리스크를 줄여주고 있다.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연준의 계속된 지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켓워치에 "연준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간과할 수 없다"라며 "연준이 작년 세 차례 금리 인하를 통해 매우 완화적이었다는 사실은 올해 통화정책도 매우 완화적일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오는 15일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을 가질 것이라는 소식도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

앞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MP)는 중국 무역 대표단이 13일 미국을 방문해 미국과 1단계 무역 합의 서명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경제지표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도 시장 분위기를 훼손시키지 않고 있다.

이날 발표된 마킷의 12월 미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8로 5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수치는 시장 예상치도 웃돌았다.

유에스뱅크 웰스 매니지먼트의 테리 샌드벤 주식 전략가는 낮은 실업률, 견조한 소비지출, 저금리 환경 등 "주식시장의 펀더멘털 요인들이 여전히 긍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매튜스 아시아의 로버트 호록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중동 상황이 "단기간에 극적으로 더 좋아지진 않을 것"이라며 유가가 계속 오르면 소비지출이 타격을 입고 "이는 미국을 완만한 리세션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주요국과의 핵 합의에서 정한 핵 프로그램 동결 및 제한 규정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해 불안을 증폭시켰고, 이라크 의회는 미군 철수를 결의해 중동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미 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행동을 제한할 결의안을 금주 발의해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보복에 나설 경우 이란의 문화유적 등52가 목표물을 대상으로 '중대한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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