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충돌 가능성 등 지정학적 위기가 크게 고조되는 와중에 미국 달러화 방향성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일반적으로 안전자산인 달러화는 지정학적 위기에서 강세를 보여야 하지만, 여타 주요국 통화보다 약세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는 지난 3일 미국의 이란 군부 실세 제거로 무력 충돌 위험이 고조되는 와중에서도 일본 엔화보다 0.4% 하락했다.

같은 날 달러화는 스위스 프랑화에 대해서 소폭의 오름세(0.09%)를 보인 뒤 다음 날에는 0.4% 빠졌다.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는 지정학적 위기 국면에 강세를 보이지만 다른 안전자산인 엔화나 스위스 프랑화보다는 자산 도피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마켓워치는 "미국 달러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될 때 항상 안전자산 역할을 하지 않는다"며 "미국 국채, 금, 미국 달러 중 하나는 다른 두 개와는 다르다"고 꼬집었다.

스티븐 배로우 SC은행 헤드도 "미국과 이란의 긴장 고조는 적어도 비(非) 주요국 통화 대한 달러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지정학적 논쟁에서는 엔화나 스위스 프랑화가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엔화와 스위스 프랑화는 오랜 기간 지정학적 긴장 국면에서 안전자산의 명성을 보여줬다. 이들 통화의 강세 흐름은 두 국가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기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본과 스위스의 투자자는 해외 자산을 대량으로 보유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런 투자자는 상황이 어려워질 때 자금을 신속히 본국에 송환해 각자의 통화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배로우 헤드는 "안전자산은 지난 2008년에 봤던 것처럼 글로벌 유동성 위기가 있을 때 실제로 주목받으며, 시장은 달러화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분주해진다"고 전했다.

그는 "대신에 유동성 여건을 긴축하지 않는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는 달러화가 엔화나 스위스 프랑화 등보다는 더욱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이어서 달러화는 광범위한 무역 편향성 속에 올해 5~10%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달러 약세는 대체적인 올해 전망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주요국 대비 긍정적인 미국 경제와 세 차례 금리 인하에도 여전히 높은 미국 금리 수준 등으로 달러화 가치가 지지될 것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카를 웨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미국 금리와 기준금리가 달러화를 지지할 만큼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장점이 미국의 쇠락하는 무역 지위에 따라 반감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의 수출 감소와 해외 판매 감소는 거래에 필요한 달러 수요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웨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무역 규모의 감소세는 끝난 것 같지 않다"며 "그것은 달러화에 하방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재판 등도 미국 달러화 가치에 해답보다는 물음을 키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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