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작년 하반기부터 우리 주식시장의 흐름이 개선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8월 저점을 꾸준히 반등세를 보였다. 기나긴 경기 하강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딛고 선전한 것이다. 반도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로 수출 개선에 대한 희망이 생긴 것이 결정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반등의 힘을 키웠고 우리 증시를 싸늘한 눈으로 쳐다봤던 외국인들마저 연말에는 매수우위로 돌아서 힘을 보탰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인한 중동발 악재로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예상했던 것보다는 큰 충격을 받지 않고 버텨내고 있다. 외부적 요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자체일 것이다. 때마침 각종 경제지표가 호전되는 등 올해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조금씩 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은 시중의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향하는 머니무브다. 작년 하반기부터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에서 돈이 빠져나와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으로 향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미·중 1단계 무역 합의가 성사되면서 시작된 흐름이다.

저금리 체제에서 부동산으로만 흘러갔던 유동성도 당분간은 차단막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12.16 부동산 시장이 안정 대책에서 엿보인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효과를 본다면 부동산으로 갈 자금을 증시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에서 정부의 의도는 명확하다. 부동산으로 흐르는 자금이 건전한 시장으로 흘러가 기업의 자금 조달에 기여하고 경제회복에 도움될 수 있는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생각을 숨김없이 밝히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부동산 같은 비생산적인 부문에서 중소기업 등 실물경제로 자금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12·16 대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책 등으로 부동산 쏠림을 예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신기루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부동산 불패의 신화를 체험한 투자자들이 부동산을 팔고 그 자금을 빼서 증시로 발을 옮길지 미지수다. 이들의 선택은 끝까지 버티거나, 혹시나 팔게 되더라도 다른 부동산을 사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의 이번 대책은 부동산에서 자금을 빼내기보다는 그곳으로 쏠리는 신규 자금의 유입을 억제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경제가 침체의 터널을 통과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으나 취약해진 경제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장담하긴 쉽지 않다. 잠깐씩 짧은 반등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출산과 고령화, 생산인구 감소 등의 변수를 생각할 때 큰 그림에선 여전히 경기회복은 미지수다.

증시는 기대와 희망을 먹고 사는 곳이다. 작년부터 시작된 주식시장으로 머니무브는 그러한 희망을 반영한 것일 게다. 앞으로도 그 흐름이 계속되려면 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자본시장부장)

jang73@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1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