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채널 전략도 재정비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손지현 기자 = 이란의 대미 보복공격으로 지정학적 우려가 커지자 은행권도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느라 분주해졌다. 시중은행의 경우 대(對) 이란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전무하지만, 자칫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 채널 없어 對이란 익스포저 無…중동 익스포저는 불안

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의 이란 익스포저는 전무하다.

지난 2018년 10월부터 세컨더리 보이콧이 발효됨에 따라 은행권 모두가 이란 지역을 대상으로 한 거래의 위험관리 수준을 최고치로 끌어올린 상태인 만큼 별도의 익스포저를 보유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국이 국내 금융회사가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는 약 20만달러 규모의 익스포저는 지급보증으로 과거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집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별도의 법인이나 지점, 사무소를 보유한 곳도 없어 시중은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행들은 저마다 두바이나 바레인, 카타르 지역을 중심으로 중동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어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비상사태를 위해 시나리오 분석에 돌입한 상태다.

시중은행 중 해외 네트워크가 가장 많은 우리은행은 전일을 기점으로 이란 사태의 전이 경로와 중장기적 영향을 분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사태가 컨틴전시 플랜이 가동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유동성과 건전성을 사전에 살펴보겠다는 취지에서다.

KEB하나은행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주도로 컨틴전시 플랜을 수집 중이다.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관련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농협은행도 미국 뉴욕과 베트남 하노이 등 해외지점과의 컨퍼런스콜을 실시해 전반적인 유동성 상황을 점검했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 부행장은 "환 포지션과 유동성, 해외 익스포전 전반을 살펴보는 게 급선무"라며 "그룹 차원에서 시나리오별 직·간접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별 액션플랜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상품·채널 전략 변경 불가피…"추이 지켜봐야"

은행권은 이번 이란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거나 실물 경제로 리스크가 전이될 가능성이 없다고 내다보긴 이르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전일 미국의 우방 지역인 두바이나 텔아비브에 대한 공격을 시사했다. 미군의 이란 영토 공격을 전제로 한 이야기지만, 그간 양국 간 갈등 관계를 고려하면 안심하고 있을 순 없어서다.

한 시중은행 글로벌 담당 임원은 "과거에도 이란과 터키, 러시아로 이어지는 중동지역 반미 국가 연대 중심의 리스크는 존재했다"며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한다면 어떤 시나리오가 발생할지 가능성을 모드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중동 지역과 러시아로의 네트워크 확대를 검토하던 은행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자산관리(WM) 조직들도 상품 재정비에 돌입했다.

중동 지역에 투자하는 중동 아프리카(MENA)펀드 등 관련 해외펀드를 추천 상품에서 제외하고, 당분간 있을 금융시장 변동성을 고려해 금융주 관련 펀드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할 방침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상품전략부장은 "이란사태가 마무리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해당 지역 펀드 등 투자상품의 수익률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은 안전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꾸려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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