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오리온이 '제주용암수'로 생수 사업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반쪽 사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제주도가 오리온이 국내 생수 판매를 강행할 경우 제주용암수의 원수인 염지하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나서면서 올해부터 대형마트·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판매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제주용암수 생산과 시판에 들어간 오리온은 제주도와 국내 판매 계획을 놓고 협상을 지속하며 최소한의 물량만 시판하고 있다.

제주도와 오리온은 매주 한 번 이상 만나 국내외 판매 물량 및 용암해수 공급 규모 등 정식 용수계약을 맺기 위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지만,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갈등은 오리온이 제주용암수의 국내 판매 계획을 밝히면서 불거졌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제주용암수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 계획을 밝히면서 삼다수·백산수·아이시스 등 빅4 브랜드가 물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도 빅3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오리온은 해외에서는 프랑스 에비앙과 동일한 수준의 가격으로 판매하겠지만, 국내에서는 삼다수 등 경쟁사와 유사한 가격을 매겨 정면으로 맞붙겠다는 전략도 소개했다.

오리온은 지난달 1일 제주용암수 정기배송을 통해 온라인 국내 판매를 시작했으며, 올 초부터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로 판매 채널을 확대할 예정이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4일 출입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오리온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는 원칙적으로 안 된다"면서 "국내 판매를 기정사실로 밀고 갈 경우 일주일 단위로 오리온에 공급하고 있는 시제품 생산용 제주산 용암해수를 끊겠다"고 경고했다.

제주도는 오리온과 정식 용수 공급계약을 체결한 적이 없으며, 오리온이 중국 수출을 위해서는 국내 판매가 필요하다며 제품 출시를 강행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오리온은 제주도가 산업 육성을 위해 용암해수 단지를 조성해 기업을 입주 시켜 놓고, 정작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맞서고 있다.

제주도는 물을 공공자원으로 관리해 지하수 개발을 공기업에만 허가하고 있지만,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지사가 지정하는 제주용암 해수단지 등에서 예외적으로 물 제조와 판매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오리온은 2016년 제주 토착기업인 제주용암수 지분을 인수한 뒤 1천200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설립, 생수 사업을 준비해 왔는데 이제와서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제품을 해외에서만 판매하라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리온은 현재 제주도테크노파크 측으로부터 임시로 사용 허가를 받아 하루 300~350t의 제주 용암수를 생산할 수 있는 1천t의 용암해수만 공급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리온이 용수공급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벗어난다 하더라도 당초 계획대로 국내 판매를 자유롭게 시행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생수 시장에서 인지도를 쌓고 중국, 베트남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일각에선 양측의 합의가 불발돼 소송전으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온 제주용암수의 국내 판매가 제주 삼다수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 등 다양한 이해관계 속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어 있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면서 "올해 안에 대형마트 등으로의 판매 채널 확대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재무적으로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제주도와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 중인 상황으로 절충점을 찾아 원만하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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