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지난해 모조리 빗나갔던 '신채권왕'의 연간 전망 올해는 어떨까.

미국과 이란의 일촉즉발 긴장 속에서 월가의 관심이 지정학적 헤드라인에 온통 쏠려 있는 상황에서도 신채권왕의 파워는 대단했다.

제프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가 매년 진행하는 시장 전망 웹캐스트는 예고부터 생중계까지 전 세계의 시선을 끌었다. 올해는 지난 8일 장 마감 후 오후 4시 15분(동부시간)부터 'Just Markets' 웹캐스트를 통해 2020년 시장에 대해 전망했다.

건들락의 작년 전망 정확도는 매우 떨어졌지만, 그는 시장 분위기를 정할 만큼 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특히 건들락은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펴는 데 특별한 재주를 가졌다.

1년 전 건들락은 모든 자산군에 대해 조심스러운 전망을 했다. 그는 "아무도 돈을 벌지 못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019년, 주식, 채권, 상품, 심지어 비트코인까지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는 최고의 한 해였다.

유가와 상품가격은 지그재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유가는 34% 올랐고 올해 초에도 이란과의 긴장으로 초강세를 나타낸다.

이미 가격이 비싼 정크본드에서는 탈출하고, 투자등급 채권의 등급 강등 가능성도 주시하라고 건들락은 경고했지만, 정크본드는 2016년 이후 가장 좋았다.

그런데도 건들락은 지난해의 신중한 견해 대부분을 유지했다.

월가에서는 건들락의 올해 한 마디로 "불을 뿜는 20년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지루한 20년도 되지 않을 것"을 꼽는다. 지난해의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지만, 시장 변동성은 높을 것이라는 경고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달러와 대선 예측이다.

지난해 건들락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덜 매파적으로 된다면 달러는 약해질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달러인덱스는 2019년 초 연저점을 찍은 뒤 회복해 전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그 사이 연준은 3번의 금리를 인하했다.

건들락은 올해도 달러가 약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달러가 여전히 강한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올해 가장 강하게 확신하는 부분은 달러 약세"라고 말했다. 월가 대부분이 보는 달러 약세 견해와 일치한다.

쌍둥이 적자 증가, 수익률 곡선 스티프닝 등 기존에 지적했던 요인 외에도 외국인들의 투자자금 회수를 새로운 이유로 내세웠다.

건들락은 "외국인들이 미국에서 이탈하기 시작하고 이것이 향후 몇 년 동안 테마가 될 것"이라며 "외국인 이탈은 올해부터 시작될 것이며, 훨씬 더 약한 달러를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전세계 투자자들은 미국만한 곳이 없다며 미국, 달러 자산으로 몰려들었다. 달러가 약해지면 금과 다른 상품가가 이득을 볼 수 있다고 건들락은 진단했다.

올해 미 대선이 예정된 만큼 건들락은 정치적일 부분에도 전망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건들락은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봤고, 2020년 시장의 가장 큰 위험으로 샌더스를 꼽았다.

그는 "샌더스가 실제로 더 많은 지지를 얻고 있고, 이제는 그를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해야 한다"며 "엘리자베스 워런은 절대 그 자리로 올라서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은 워런을 언제 심각하게 받아들어야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결코, 왜냐하면 워런은 절대 기회를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항상 대답해왔다고 강조했다.

건들락은 2016년 대선에서 예비선거 이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예상해 유명세를 치렀다. 그는 "2020년 대선 결과는 경제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건들락은 경제만 받쳐준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주식과 채권에 대해서는 '큰 기대는 말라'는 조언을 내놨다.

작년 건들락은 수년간 부진했던 만큼 상대적으로 이머징마켓에 투자하기 좋은 해라며 이머징마켓이 좋을 것이라고 봤지만, 이머징마켓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유럽 주가는 밸류 트랩에 갇혔다고 주장했지만, 전세계 증시 강세를 타고 유로스톡스50은 달러 기준으로 27% 올랐다. 2013년 이후 가장 좋았다.

건들락은 "지난해 모든 자산은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수익률을 달성했다"며 "올해 지난해와 비슷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이는 그가 이름을 날린 채권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했다.

건들락은 "미 국채시장은 수익률 곡선이 더 가팔라질 것"이라며 "장기물에 대해 방어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식이나 채권 모두 수익률 기대치는 낮아졌지만, 훨씬 더 높아진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해서는 은행에 치명적이라고 봤다.

2009년 TCW 그룹과 쓰라린 결별 뒤 라이벌 회사를 만들어 성공한 건들락. 열돌이 된 지난해 더블라인 캐피털은 1천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인덱스펀드가 점점 더 세상을 지배하는 세상에서 60세의 건들락은 가장 성공한 펀드매니저가 됐다. 좋은 증권을 고르면서도 금리 움직임이나 다른 변동성과 같은 위험을 제한하는 투자 스타일을 선보인다.

채권시장을 호령하던 '채권왕' 빌 그로스가 2014년 핌코를 떠난 뒤, 건들락은 '신채권왕'으로 그의 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건들락의 인사이트가 정확할지 관심이 쏠린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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