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은 9일 "이재용 부회장과 직접 만나 위원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9일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지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이 부회장이 위원회 구성부터 운영까지 독립성을 보장해주겠다는 요구를 흔쾌히 수락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 자리를 수락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고, 삼성이 변화하려는 진정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위원회의 완전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지 총수의 확약이 필요했다"고 했다.

그는 "여러차례 제안이 있었지만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었다"면서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 제 자신에게도 큰 불명예일뿐더러 (삼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걱정이) 저만의 우려는 아니라고 봐서 확답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위원장 자리를 수락한 것은 삼성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회에 주어진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먼저 변해야 하는데 삼성이 변화를 하려는 시도를 높게 봤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위원회와 협약을 체결하는 7개 삼성 계열사가 이미 준법감시인 등을 두고 있는데 차이점은.

▲이미 계열사마다 법률상 준법감시인이나 준법지원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관련된 운영을 각자 하고 있다. 하지만 위원회는 삼성그룹 차원의 준법감시를 하자는 거다. 계열사 단위를 넘어서서 위원회라는 기구를 설치해서 외부로부터 감시를 받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설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 우선 7개 계열사가 위원회의 감시를 받겠다는 취지의 협약을 한다. 운영규정을 제정해 조직에 필요한 사항을 자세히 정해서 주어진 업무를 7개 계열사에 공통으로 적용·시행할 예정이다.

-- 국정농단 사태뿐 아니라 부당노동행위 등 노조 관련 이슈도 경영진에 권고할 것인가. 노조를 만나 의견 수렴할 생각은.

▲노동문제 역시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된 것이다. 예외 없이 노동문제 리스크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노동문제 준법 감시 프로그램도 예외는 없다. 다양한 이슈에 대해 여러 가지 형태로 의견 수렴하는 절차 거치도록 하겠다. 노조 문제도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사회적 독립기구로의 역할도 함께 하겠다는 것이다. 2월 이후 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 이전 재판 사안은 위원회에서 다루지 않나.

▲과거 행위까지 다룰 것인지는 논의가 더 필요하겠지만, 설치된 이후 사항을 중심으로 다루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 위원회의 최우선 과제는.

▲위원회 출범 첫날 어떤 내용을 공표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위원회가 설치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파에서 재판부가 삼성 측에 준법경영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자율적이고 실효적인 감시 프로그램 마련하라는 취지로 권고했다고 이해하고 있다. 재판부가 제시한 것과 우리가 생각하는 게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가 가장 중요하다. 화려한 제도보다 어떻게 구현해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직접 조사한다든지 법 위반 사항을 직접 신고받는다는지 하는 것은 유사 사례에서 보기 힘든 조치라고 자부한다.

-- 위원회가 이재용 부회장의 면죄부 활용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내부거래나 법 위반 리스크 사안은 지금도 여러 기구를 통해 걸러지고 있고 이사회 의결 심의사항으로 다뤄지고 있지만 그런데도 문제가 생겼다. 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심층적인 분석을 토대로 해서 개선안도 만들 생각이다.

-- 위원회가 얼마나 지속가능할지, 계열사간 협약이 기간 단위가 있나.

▲위원회는 상설기구나. 활동 시한이 따로 정해져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지속적으로 운영될 것 같다. 바로 이런 점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한다면 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기업 밖의 최고 권력자가 금전적으로 요구했을때 위원회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뭔가.

▲위원회가 풀어가야할 숙제다. 제도가 부족해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인지는 따져봐야겠지만, 어쨌든 제도에도 불구하고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집중해서 들여다보겠다. 제도 부족은 보완해야할 것이고, 개선 방안 만들기 위해 고민해보겠다.

-- 삼성의 기업문화 특성상 위원회가 정보 접근 자체가 힘들 수 있는데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앞으로 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이런 지점에서도 고민해보겠다. 구체적인 게 정해지면 수시로 발표할 생각이다.

-- 위원들은 따로 임기가 있나. 의결은 어떤 방법으로 이뤄지는지. 위원회가 광범위하게 들여다보게 되면 삼성의 영업기밀 유출 같은 위험성은 없나

▲위원회 운영 규정 초안 만들고 있는 과정이다. 이 같은 내용이 모두 담길 것으로 보인다. 공식출범하면 구체적으로 알리겠다.

-- 위원회에 회계 관련 전문가가 없는 거 같은데.

▲외부 회계 전문가를 외부에서 위촉해 도움을 받으려 한다. 구성원에게만 의존하지 않을 것이다. 위원회를 지원하는 별도의 사무기구도 둘 예정이다. 회사 쪽 정보에 편중될 가능성을 의식해 독립성 가지고 운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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