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전소영 노현우 기자 = 단기자금시장이 연초부터 지급준비금(지준) 미스매칭으로 한 차례 홍역을 앓았다. 미국 자금시장에서 벌어진 이른바 '레포 발작'과 비교하는 참가자들이 있을 정도였다.

한은이 지준 마감 후 13조원에 가까운 유동성을 풀면서 가라앉았지만, 레포(Repo) 시장이 안정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9일 서울채권시장에 따르면 전일 한은은 12조9천억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증권(RP) 매입을 단행했다. 지난해 8월 1조7천억원 매입 이후 5개월 만이다.

단기자금 공급이 당초 금융시장의 예상보다 적게 나오면서 지준일에 자금을 방출해 유동성을 공급했다.

통상 분기 말, 연말은 자금 수요가 많아 단기자금이 타이트하게 돌아간다. 지난해 말 한은은 유동성을 여유 있게 관리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자금을 풀었고, 무난하게 새해를 맞았다.

문제는 연초 지준일을 앞두고 나타났다. 정부의 재정방출과 국세청의 세입 등 자금시장의 수급이 자금시장과 한은의 예상에 벗어났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지준일 전일인 7일까지 금융시장이 예상했던 재정방출 규모는 총 8조6천억원 정도였다. 하지만 실제로 나온 재정방출 물량은 6조원 규모에 그쳤다.

지준을 맞춰야 하는 은행은 지준일이 가까워질수록 레포 시장에서 레포 매수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증권사 등 레포 매도에 나선 기관들은 지준일 전일 1조원 넘는 자금을 구하지 못했다. 자금을 구하지 못한 기관들은 당좌를 사용해야만 했다.

한은도 연초 유동성을 공급하지 못한 사정이 있었다. 지난해 말까지 유동성을 여유 있게 공급한 탓에 지준일 전까지 유동성을 흡수해야 했다. 한은은 지준 증가와 감소 요인을 예측해 유동성을 흡수했지만, 당초 예측했던 지준 증감과 실제 지준 증감이 다르게 나타났다.

정부는 재정지출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초부터 조기 집행 기조에 자금 배정을 해주고 있어서 예년보다 자금이 많이 나가고 있다"며 "시중은행의 예상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정부 재정지출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한은의 RP 매입 단행으로 자금시장은 어려운 고비를 넘겼지만, 하루짜리 레포금리는 지준일 이후에도 1.40~1.42%에 거래되는 등 어려운 레포 시장 상황을 금리에 반영하고 있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레포 시장이 커졌지만, 레포를 공급하는 기관은 사실상 은행 한 곳에 의존하고 있어서 생기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국의 예측이 빗나간 것도 하나의 요인이지만, 시장 자체의 불균형에 따라 쏠림이 심해졌다는 지적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작년 4분기에 레포 매도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며 "연말에 보통 스프레드가 벌어지니까 언제 나오나 기다린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연초 대비해서 레버리지를 많이 일으켰을 수 있다"며 "최근 레버리지 펀드가 많이 생겨서 시장이 급격히 확대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syjeon@yna.co.kr

hwroh@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0시 4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