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거절했지만 삼성, 변화 시도 높게 보고 위원장 수락"

"사회와의 소통 채널이 될 수 있다고 생각"

삼성전자·삼성생명 등 6개사와 협약 체결한 뒤 본격 활동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은 독립성과 자율성을 생명으로 삼고, 삼성의 입김을 완전히 배제해 위원회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대법관은 자신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 지평에서 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말하고, "준법경영에 대한 파수꾼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는 특히 "성역을 두지 않겠다"면서 "대외 후원금이나 계열 특수관계인의 내부 거래, 일감몰아주기, 뇌물수수 등 부패 분야는 물론 노조문제와 경영권 승계 문제도 준법감시의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법관은 "준법감시자로서 법 위반 리스크가 없는지 사전에 모니터링을 하는 동시에 준법통제자로 법 위반을 인지할 경우 조사 보고를 시행하고 시정 및 제재 조치도 강구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들도 구비돼야 한다면서 제대로 작동되도록 감독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법관은 이를 위해 계열사 준법지원인들에게 자료 제출도 요구하고, 계열사의 시스템 개선에 대해서는 이사회에 직접 보고하고 지속적으로 점검, 이행하겠다고도 했다.

특히 이사회가 위원회의 권고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도록 하고 수용하지 않았을 때는 그 이유를 보고하게 하고, 이후에도 수용하지 않으면 홈페이지에 공고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고경영자의 법 위반 행위가 있을 경우 위원회가 직접 신고를 받겠다고도 했다.

김 전 대법관은 준법감시위원장 제안에 대해 처음에는 완곡하게 거절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그는 "진정한 의지에 대해 의심이 들었고, 총수의 형사재판에서 유리한 면을 가지기 위한 면피용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거절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혁신적인 개선을 이뤄내지 못하면 결국 이용만 당하는 거 아니냐는 평가가 두려웠고, 큰일을 감당해낼 만한 역량이 있을까하는 생각도 거절의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삼성이 변화의 문을 열었다는 게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에 결국 수락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 최고경영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요구가 있었지만, 벽이 있었다"며 "변화는 벽을 허무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먼저 변해야 하는데 삼성이 변화를 하려는 시도를 높게 봤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진위 여부는 넘어서야 한다"며 "일차적으로는 삼성이 풀어야 할 과제이며 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숙제다"고 했다.

김 전 대법관은 "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실효적으로 작동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였고 삼성은 수용했고 거듭 확약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뭔가 하면서 실패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삼성이 변화를 택한 타이밍이 썩 좋지 않은건 사실이나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하면 이뤄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차선이지만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실패하면 불명예로 남겠지만 불가능은 없다는 게 중요하다"며 "위원회는 사회와의 소통 채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법관은 "삼성을 바라보는 여러가지 시각이 교차한다. 어느 시각에도 일리가 있다"며 " 삼성과 삼성의 최고경영진은 구별해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는 "기업으로서의 삼성의 성공을 바라지 실패를 바라진 않을 것이다"며 "적대적, 냉소적 많은 시선은 삼성의 최고경영진을 향하고 있으며 최고경영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공식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봉욱 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6명으로 구성된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인용 사회공헌업무총괄 고문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최장수 사무총장인 고계현 사무총장은 그간 삼성을 비롯한 재벌의 지배구조와 경영승계 등에 대해 지속해 비판해 온 인사다.

권태선 공동대표와 김우진 교수 또한 기업 지배구조와 정책에 대해 진보적 주장을 펼쳐왔으며 재벌의 과도한 사익추구를 비판해 왔다.

심인숙 교수는 공정거래 분야의 전문가다.

위원회는 삼성그룹 각 계열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이사회 결의를 거쳐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이달 말까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 7개사가 위원회와 협약을 맺고 운영규정에 대한 이사회 의결 절차를 진행한다.

이를 거쳐 다음 달 중으로 위원회가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위원회는 정기회의와 임시회의 등을 통해 논의를 본격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다.

우선 준법 감시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전문가 등을 초빙해 다양한 견해를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한편, 위원회 자체 홈페이지를 구축해 활동 내역을 공개하고 공지사항 등을 통해 대외적 소통 창구로 활용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홈페이지를 통해 최고경영진의 법 위반 제보를 받는 등 위원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위원회는 회사 외부에 독립해서 설치되는 기구로 윤리경영 파수꾼 역할 하는 데 모든 역량 다하겠다"며 "최고경영진이 변해야 삼성이 변하고, 삼성이 변해야 기업 전반이 변하고 세상이 변한다"고 강조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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