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현장에서] 볼리부터 네온까지…인간 정서 파고든 AI
[CES 현장에서] 볼리부터 네온까지…인간 정서 파고든 AI
  • 이미란 기자
  • 승인 2020.01.09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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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0에서 가장 돋보인 기술은 단연 인공지능(AI)이었다.

CES들은 AI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였고, 이들이 제시한 AI는 호감을 주는 외양에 무궁무진한 데이터, 사려 깊은 성품까지 갖춘 인간의 완벽한 동반자였다.

전통 자동차 산업이 쇠퇴하는 와중에 미래 모빌리티는 더욱 주목을 받았다.

미래 모빌리티는 AI와 디스플레이, 5세대 이동통신(5G), 사물인터넷(IoT), 각종 첨단 소재가 집약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 따라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한 기업 간 합종연횡도 대거 이뤄졌다.

전통 가전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앞선 기술력에 AI까지 접목하면서 중국, 일본 기업들과의 격차를 과시했다.

중국, 일본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과 유사한 제품을 대거 내놓았지만 현장에서 보니 기술력의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 개막 첫날인 지난 7일(현지시간)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삼성전자가 공개한 지능형 컴퍼니언 로봇 볼리였다.







삼성전자 관계자가 전시관에서 볼리를 시연하자 인파가 구름처럼 몰려들어 발걸음을 옮기기 어려울 정도였다.

가까이서 본 볼리는 소프트볼과 비슷한 외양을 하고서 사용자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은 물론 부르면 다가오는 것까지, 마치 애완동물을 연상하게 했다.

볼리를 기조연설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 김현석 사장 역시 볼리에게 "이리 와"라고 주문하고서는 볼리가 다가오자 "굿 보이"라고 칭찬하고 안아 드는 등 마치 애견처럼 볼리를 다뤘다.

IT 전문매체 씨넷을 비롯한 외신들도 볼리를 '귀여운 로봇'이라고 표현하면서 볼리의 외양을 호평했다.

볼리는 인간을 돌보는 AI라는 특성 역시 보여줬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영상 속에서 볼리는 사용자가 외출한 후 쓸쓸해하는 애견에게는 동물들이 등장하는 동영상을 보여주고, 애견이 스프링클 그릇을 쏟자 로봇 청소기를 가동해 이를 치우게도 했다.

삼성전자가 만든 인공인간 네온 역시 인간과 구분하기 어려운 외모로 관람객들을 끌어들였다.

네온은 일종의 아바타로 실제 사람처럼 기억을 만들고 학습하며 감정을 표현한다.

CES 네온 전시관에는 아바타와 실제 인간 22명을 섞어 전시했는데, 누가 아바타고 누가 실제 인간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LG전자는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박일평 사장의 7일(현지시간) CES 2020 프레스 컨퍼런스 연설에서 인간의 완벽한 동반자로서의 AI의 모습을 보여줬다.

LG전자는 올리비아라는 가상 인물이 등장하는 영상을 통해 AI가 단계별로 진화한 모습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교통상황을 파악해 회사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한 후 미리 택시를 호출해 주던 AI는 발전 단계가 올라가자 자율주행을 통해 올리비아를 회사까지 이동하게 한다.

올리비아의 목소리를 듣고 기분을 파악하던 AI는 더 단계가 올라가면 올리비아에게 지난주 했던 마음 챙김 테크닉을 다시 활용하겠느냐고 물어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아마존이 알렉사를 발표하면서 일었던 AI 비서에 대한 열기가 식은 대신 이를 어떻게 구체화·상업화할지가 이번 CES 2020의 화두가 됐다"며 "기업들이 볼리나 네온에서 보듯 인간 정서를 파고드는 데 방점을 둔 것 같다"고 말했다.

○..CES 2020에 수많은 한국 기업인들이 방문했지만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역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었다.







현대차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회사로 전환하려는 정 수석부회장의 의지에 따라 전통적인 형태의 차량은 아예 전시하지 않았다.

도요타나 벤츠, 심지어 가전업체 소니까지 차량을 내놓은 것과는 대비됐다.

대신 개인용 비행체의 실물 크기 콘셉트 S-A1을 소개해 관람객의 시선을 압도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CES 2020 현대차 미디어데이에서 직접 무대에 올라 도심항공모빌리티와 목적기반 모빌리티, 모빌리티 환승 거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모빌리티 솔루션을 소개하기도 했다.

전자 업계도 모빌리티에 뛰어들어 전시관 한쪽을 모빌리티를 주제로 꾸몄다.

LG전자는 커넥티드카 존을 별도로 설치해 집에서 이동수단으로까지 이어지는 AI 경험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줬다.

커넥티드카 존에는 소형 의류관리기와 냉장고를 비롯해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대형 화면이 설치된 미래형 자율주행차가 전시됐다.

삼성전자는 5G 기반의 디지털 콕핏 2020을 공개했다.







SK텔레콤은 전시관에 차세대 모빌리티 기술인 통합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로드러너를 보여주기 위한 모형 차량을 설치했다.

SK이노베이션은 김준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CES 현장에서 전략 회의를 열고 미래 성장 사업으로 주력하고 있는 e-모빌리티 산업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CES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하드웨어 업체들이 구글, 아마존 등 소프트웨어 업체와 손을 잡는 것이 트렌드였다면, 올해는 모빌리티를 중심에 둔 기업 간 합종연횡이 주류를 이뤘다.







현대차가 선보인 개인용 비행체는 우버와 협력해서 개발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SK텔레콤과 디지털 콕핏 2020을 함께 선보였고, 서울시 버스와 택시에 5G 차량용 통신 장비를 탑재한 실증 사업도 SK텔레콤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현대차에 하만의 오디오 기술을 접목하고자 공동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스위스 소프트웨어 기업 룩소포트와 웹OS 오토 기반의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개발을 위한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

○..전통 가전 분야에서는 중국, 일본 기업들이 한국 기업과 유사한 제품을 대거 내놓으며 카피캣(따라쟁이)의 면모를 드러냈다.

중국 1위 TV 업체인 TCL은 삼성전자가 2017년 출시한 '더 프레임' TV와 유사한 디자인의 '프레임 TV'를 전시했다.

더 프레임 TV는 미술 작품을 스크린에 띄워 마치 액자처럼 활용할 수 있다.

TCL 역시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스크린에 올려 자사의 프레임 TV를 홍보했다.

부스 전면에는 QLED 8K TV 4대를 설치하고, 안쪽에는 삼성전자 냉장고 패밀리 허브와 유사하게 화면을 통해 내부 식자재를 보여주고 요리법을 추천하는 냉장고를 배치했다.







TCL은 또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더 세로'와 유사하게 세로로 세울 수 있는 TV를 전시했다.

중국의 주요 TV 업체 하이센스도 세로 형태의 TV를 내놓았다.

일본의 샤프는 LG전자가 지난해 CES에서 처음 선보인 롤러블 TV의 작은 버전인 30인치 플렉서블 올레드(OLED)를 전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반 관람객에게 신제품을 공개하면 경쟁사가 무서운 속도로 따라 하기 때문에 요즘에는 비공개로 거래처에만 공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본 중국, 일본 기업의 가전·디스플레이 기술력은 삼성전자나 LG전자와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중국 TV 기업들의 8K TV는 가까이서 보면 화질이 선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 부문장인 김현석 사장은 "8K 칩은 NPU라고 AI까지 들어간 것이 사용된다. 만들려면 최소 2년이 걸린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TCL과 하이센스가 전시한 세로 형태의 TV는 가로에서 세로, 혹은 세로에서 가로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샤프의 플렉서블 올레드는 전원이 꺼지곤 했고, 펴지는 도중은 물론 다 펴진 후에도 화면이 우글거렸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라 축소된 중국 기업들의 CES 입지도 강하게 느껴졌다.

중국의 메이저 IT 업체로 불리는 온라인 거래 플랫폼 알리바바그룹이 올해는 CES에서 철수했다.

IT 업체 샤오미도 지난해에 이어 CES에 불참했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스마트폰 위주로 전시관을 작게나마 꾸렸지만, 스마트폰 화면을 열어보니 구글 맵이나 G메일, 플레이스토어 같은 익숙한 구글의 애플리케이션을 찾을 수 없어 낯설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5월 화웨이와 계열사들을 자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는 블랙리스트인 거래제한 명단에 올렸다.

중국 기업들의 침체한 분위기 속에서 삼성전자보다 앞서서 2018년 11월 폴더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를 출시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로욜의 건재함은 눈에 띄었다.

올해 CES에서 로욜은 7.8인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스마트 스피커 미라지를 선보였다.

또 전시관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로 꾸민 나무를 전시해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mr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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