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20주년 신년 인터뷰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공포에 당당히 맞서야죠. 이란 사태와 같은 극단적 상황에서도 우리 삶을 지탱하는 상품과 서비스는 존재합니다. 위대한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면 사야 합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9일 연합인포맥스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올해 코스피는 2,100~2,350 정도 예상한다"며 "작년보다 증시가 좋아지겠지만 크게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오르더라도 위로는 약 10% 정도만 열어뒀다. 기업이익이 늘어도, 이익의 퀄리티가 함께 늘지 따져봐야 한다고 그는 누차 강조했다.

자본시장에서 '가치투자의 대가', '한국의 워런 버핏', 'IMF 외환위기 직후 1억원을 150억원 넘게 불린 남자' 등 여러 신화로 불리는 강방천 회장. 기업을 볼 때 이익의 퀄리티에 여간 깐깐하지 않다. 에셋플러스운용 내부에도 비즈모델리서치센터를 따로 두고 있을 정도다.

강회장은 "A와 B 기업이익이 같아도 시총이 다르다"며 "비즈모델의 가치, 기업 이익의 퀄리티가 다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반도체와 금융지주다. 반도체는 한국의 성장엔진을 계속 만들어왔고, 주가가 지난해 저점 하단에 와있다고 보면서 상승폭이 커질 것으로 봤다. 다만, 가격 상승폭과 물량 증가가 과거 호황기만 못할 수 있다고 봤다.

금융지주의 경우 이익이 늘 공간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은행업은 이자율이 낮아지면서 순이자마진(NIM)이 축소되고, 대출 총량을 늘리기도 어려운데다 부동산 대출 자산에 대한 대손충당금이 늘 수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같은 이익이라도 지속성 있는 이익, 퀄리티가 좋고 이익예측 가능성이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근 3~4년간 국내 상장기업의 비즈모델에 혁신이 없었다는 점은 주의할 대목으로 봤다.

"쌀 때 함께 하라"는 게 그의 투자 원칙이다. 좋은 기업의 가격이 싸졌을 때 사서 오랫동안 보유하면 된다는 가치 투자의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연초부터 불거진 미국과 이란간 군사적 갈등도 우리 삶을 유지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면 증시가 조정 국면을 보일 때 가격이 싸진 1등 기업의 주식을 사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최근 운용 철학이 사라지고 있는 자본시장에 대한 우려도 크다.

강 회장은 "운용업계를 보면 40~50대면 떠나는 게 미덕처럼 돼 있는데 관리의 지속성과 노하우는 떠나지 않는다"며 "펀드 수가 많고, 인기 펀드를 양산할 게 아니라 관리 영역에서 매니저들이 책임감 있게 수익률을 지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라임운용 펀드 환매중단과 은행권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등이 줄을 이은 것도 속칭 잘 팔리는 펀드에 집착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는 "펀드가 많으면 절대 관리 안 된다"며 "사장이 바뀌면 새로운 인기 펀드를 만들고, 이전 펀드는 방치되는 식의 흐름이 계속되면 절대 수익을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회장은 "좋은 주식을 싸게 사서, 인내하는 게 가치투자의 기본"이라며 "운용사가 철학 없이 유행에 이리저리 휘둘리면 절대 수익을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회장은 직원들에게도 '상상력'을 가지라고 수차례 강조한다.

재무제표 분석이 이뤄진 후에는 그 기업이 가진 미래가치를 상상하라고 말한다.

여의도를 떠나 제주도 사옥을 추진하다 판교에 자리를 튼 것도, 일주일에 사흘씩 강원도에 있는 밭 700평을 일구는 것도 범상치 않은 그의 생각을 짐작게 한다. 현재의 사옥 이름도 'Rich Together'빌딩이다.

그는 주식투자도 좋은 씨앗과 토양, 뿌리는 시기가 맞물려야 하는 농사와 같다고 했다. 넓어지는 퇴직연금 시장이라는 토양에 좋은 펀드 씨앗을 적기에 뿌리는 식이다.

최근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방문한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강 회장의 이런 가치투자 철학에 공감했다.

수익률이 나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 그는 "지킨다"고 답했다.

그는 "투자한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지 않았다면, 약속된 주식에 제대로 투자했고 충실히 운용되고 있다면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가격이 하락한 그 때도 돈을 넣는다"며 "그렇기에 1천조의 돈이 6~7%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가가 하락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우리나라와 노르웨이 국부펀드 운용 방식의 가장 큰 차이라고 짚었다.

2~3년 전부터 중국 주식을 강조해 온 강회장. 중국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그는 "앞으로는 빅데이터와 연계된 혁신의 가치가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중국은 과거 10년간 엄청난 성장을 했고, 기업이 돈을 빌려 공장을 만들면서 전 세계 물가가 낮아지는 흐름을 만들었다"며 "과도한 기업부채는 조정을 맞을 것이며,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피한 1등 기업은 엄청난 주가 상승을 보이고, 그 주식을 담은 주주는 축제를 준비할 시간"이라고 힘줘 말했다.

다만, 그는 중국의 기업 구조조정이 상품 가격을 올리고, 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경우 대체투자 시장에 블랙스완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증시의 위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투자자 인내심의 지팡이'인 배당 성향이 올라가고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주는 메시지는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가처분 소득이 악화하면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해외주식과 해외펀드 투자 증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답이 돌아왔다.

강 회장은 "국내 증시가 황무지면 해외증시는 옥토"라며 "우리 국민은 글로벌 일등 기업에 투자할 권리가 있다"고 답했다. 이에 "정부에서 돈 없는 사람도 해외주식 투자를 할 수 있게 비과세 펀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에셋플러스운용은 '탱고'라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누구든지 상상하는 투자 아이디어를 공유하면 인공지능이 펀드로 만들어주고, 전문가들이 종목을 골라주는 서비스다. 펀드를 기획한 사람에게도 수익이 발생한다.

강 회장은 "자산운용업계 밖에는 놀랄 정도로 멋진 끼를 가진 사람들과 투자 아이디어가 많다"며 "수많은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실제 펀드로 만들어낼 수 있고, 수익을 낼 수 있는 탱고 플랫폼을 올해는 정식 자회사로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방천 회장은 1960년생으로 1987년 옛 동방증권을 거쳐 쌍용투자증권 주식부 펀드매니저로 있다 1999년부터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21년간 경영해왔다.

syju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09시 2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