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노현우 기자 = 우리나라 국채가 선진국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orld Government Bond Index, WGBI)에 편입될 경우 서울 채권시장에 어느 정도 파급효과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가 쏟아지면서 서울 채권시장에 크게 강세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위기 발생 시에는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빠지면서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됐다.

10일 관계부처와 금융시장에 따르면 기재부는 국고채를 WGBI에 편입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우리나라 국고채가 해당 지수에 편입될 경우 외국인의 수요 저변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의 국고채를 매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얼마나 매수할지는 펀드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벤치마크에서 한국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만큼은 살 가능성이 큰 셈이다.

패시브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는 절대 수익률이 아니라 벤치마크 지수 수익률과 차이가 얼마나 작은지를 성과 지표로 삼는다. 펀드 매니저는 지수에서 한국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만큼 매수해야 한다.

액티브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는 벤치마크지수의 종목별 비중을 기본적으로 따르되 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일부 종목에 대한 비중을 조정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WGBI 편입이 결정되더라도 실제 글로벌 펀드들의 포트폴리오에 편입되기까지는 6개월 정도 걸린다"며 "하지만 이미 상당수 자금이 편입을 예상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전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채권운용 임원은 "벤치마크 지수에 편입되면 확실히 국고채 매수 수요는 늘 것이다"며 "우리나라의 펀더멘털은 사실상 선진국이면서도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투자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상장채권 잔액은 전일 기준 124조 원에 달한다. 10년 전 55조 원에서 두 배 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그는 "다만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기존에 들어왔던 외국인 투자자 규모 등 여러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며 "단기 구간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지수 편입보다는 스와프 포인트에 영향을 많이 받고, 초장기물 매수는 투자자별로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채권 투자에 대한 면세를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외국인 채권 투자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줘야 하는데, 실제 이뤄질 경우 투자가 늘어날 수 있어서다.

증권사의 한 채권 중개인은 "2010년 외국인 채권 투자에 대한 세금을 면제해줬을 때, 이들의 투자가 많이 늘어났다"며 "국내 채권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상당히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10년물에 대한 외국인 매수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작년 말 WGBI의 팩트 시트에 따르면 지수의 유효 듀레이션(Effective Duration)이 8.40년으로 10년물의 만기와 비슷해서다.

다만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의견도 있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한국 국채는 이미 오래전에 블룸버그 바클레이즈 채권지수에 편입돼 있다"며 "이보다 규모가 작은 지수 편입 소식에 크게 반응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금융충격 발생 시 외국인 자금이 일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고채가 편입된 이후 일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수에서 제외될 경우 이를 추종하는 펀드 자금이 한 번에 이탈할 수 있어서다.

작년 4월 FTSE는 말레이시아 국채를 WGBI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언급해 말레이시아 채권시장에서 자금이탈 우려가 커진 바 있다. 다만 FTSE는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이 채권시장 접근성 등에 보완책을 내놓음에 따라 말레이시아 채권을 제외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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