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 익스포저 제한적"



(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제거로 미국과 이란간 긴장이 고조됐지만 서방기업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다.

석유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중동 익스포저가 크지 않아 서방기업들이 소위 '잃을 게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11일자 기사에서 "수 십년에 걸친 미국의 제재로 인해 이란 지역에는 미국 기업의 존재감이 거의 없으며 워싱턴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운 많은 유럽과 일본 기업들도 (이 지역을)회피했다. 중동 지역은 다국적 (기업의)사막"이라고 진단했다.

프랑스의 PSA는 이란에서 많은 자동차를 팔았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지난 2018년 두 개의 합작투자를 철회했다.

이란뿐만 아니라 다른 중동 국가들도 다국적 기업의 손익계산서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중동·아프리카 지역이 작년 미국 상장기업의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2.4%에 불과했다. 유럽과 일본 기업의 중동 매출 비중도 각각 4.9%, 1.8% 수준이었다.

매체는 프라다와 로레알과 같은 럭셔리 상품 브랜드의 중동 매출 비중이 3% 수준이라고 전했다.

서구 금융사의 존재감도 미미하다. 2018년 말 기준 미국 대형은행의 중동 지역 신용·트레이딩 활동 규모는 약 185억 달러(21조4천700억 원) 수준이었다. 이는 전체 자산의 0.2%에 불과하며 심지어 JP모건체이스의 사우디아라비아 익스포저(53억 달러), 씨티그룹의 UAE 익스포저(96억 달러)를 포함한 금액이다.

유럽 은행들도 해당 지역에서 후퇴하고 있다. 프랑스 BNP파리바는 7년 전 이집트 사업을 매각했으며 2018년에 1억2천100만 유로(약 1천560억 원)의 미미한 수익을 거뒀을 뿐이다.

HSBC의 중동지역 자산은 585억달러(67조8천700억원)에 달하나 이 역시 2조7천억달러에 달하는 HSBC의 대차대조표에서는 소수점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서방기업의 폐허에서 그나마 비옥한 곳, 그리고 미국·이란 갈등 고조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곳은 에너지 산업이다.

매체는 단기적으로는 이번 갈등에 따른 유가 상승이 생산 다각화된 서구 석유업체들의 이익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인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셰일 붐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형 석유업체들이 여전히 중동산 원유에 발을 담그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중동·아프리카 지역은 프랑스 토탈의 글로벌 생산량 중 4분의 1을 차지했다.

엑손모빌은 UAE 유전에 65억달러를 투자해 오는 2024년부터 일일 100만배럴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엑손모빌의 2018년 원유·가스 생산량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특히 이라크가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해 외국자본을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2009년 BP와 페트로차이나는 이라크 국영기업과 루말리아 유전 생산량을 확대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이 유전에서는 일일 150만배럴의 원유가 생산되고 있다. 이라크 원유 생산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라크의 미군 철수 요구로)미국이 이라크에 제재를 가하면 이 사업들은 위험에 처한다"고 지적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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