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국내 4위 택배업체인 로젠택배 매각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흥행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빅3'와의 격차가 크고, 사업구조도 매력적이지 못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인 전망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홍콩계 사모펀드(PEF) 베어링 프라이빗에쿼티 아시아(PEA)와 매각 주간사 씨티마켓글로벌증권은 오는 15일 로젠택배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한다.

매각 대상은 베어링 PEA가 보유한 로젠택배 지분 100%다.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 다수가 매각주간사가 배포한 투자설명서(IM)를 받아 가면서 외형적으로는 흥행 가능성을 높이고 있지만, '진성 의지'를 갖고 접근하는 곳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유는 로젠택배의 기업 규모와 사업구조에서 큰 매력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999년 설립된 로젠택배는 현재 국내 택배 시장에서 9~10%가량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택배업계 빅3인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직스에 비해 규모가 작아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수수료 싸움에서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다.

사업구조도 타 업체들과 비교해 상이하다.

CJ대한통운과 한진은 기업간거래(B2B) 중심이지만, 로젠택배는 소비자간거래(C2C) 사업에 특화해 전체 택배 물량 중 80% 이상이 개인 고객에서 나온다.

다른 택배사들과 달리 화주로부터 확보한 거래를 개별 영업소에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운영되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회사와 택배 기사들이 대리점 형태로 계약을 맺고 기사들은 개인 영업을 통해 거래처를 확보하는 등 기사 개개인의 영업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크다.

무엇보다도 자체적으로 확보한 물류 터미널이 많지 않고, 임차 형태의 소규모 터미널이 많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 터미널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은 대기업과 물류 기업들이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결정적 이유"라고 전했다.

택배 시장의 경쟁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투자 매력도를 낮춘다.

현재 택배업계 업황이 좋아 택배 물량이 계속해서 늘어나고는 있지만, 업체 간 최저가 수수료 경쟁이 치열한 만큼 수익을 올리기는 어려운 구조다.

그간 강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돼 온 카카오모빌리티는 여러 고민 끝에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수의 FI도 향후 엑시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단 점에서 입찰 참여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온라인 쇼핑 확대로 택배 시장의 규모도 커질 것이란 이유에서 여전히 관심을 갖는 곳들이 많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로젠택배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2017년 말 457%까지 치솟았던 로젠택배의 부채비율은 2018년 말 27.18%로 떨어졌다.

기업 택배와 비교해 개인 택배 물량의 단가가 평균 300원가량 높다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베어링PEA는 2013년 로젠택배를 인수한 뒤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엑시트에 실패했다.

2016년에는 CVC캐피탈파트너스와 주식매매계약(SPA)까지 맺었다가 무산된 바 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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