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현대홈쇼핑이 지난해 야심차게 진출한 호주에서 적자상태를 이어가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태국과 베트남 등 다른 해외 진출 국가에서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어 CJ오쇼핑에 이어 해외사업 구조조정 및 철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홈쇼핑 호주 법인 오스트레일리안 쇼핑 네트워크(ASN)는 지난해 3분기 매출 7억원, 64억7천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 손실 폭이 크게 확대되면서 자본잠식 상태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호주에서 TV홈쇼핑 채널 '오픈샵'을 개국해 영업을 시작한 지 4개월 만이다.

SAN은 현대홈쇼핑이 지분 100%를 보유한 단독 법인으로, 지난해 3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현대홈쇼핑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호주에 진출한 지 얼마 안 돼 이미 자본잠식에 빠졌으며, 내부적으로 추가 증자 규모 등을 놓고 논의 중"이라면서 "내부적으로 해외사업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 2017년 12월 4천500만 호주 달러(약 360억원)를 투자해 현지에 단독법인을 설립하면서 호주 진출을 준비해 왔다.

국내 업계 최초로 도전하는 시장으로 경험은 부족했지만, 현대홈쇼핑이 송출 계약을 맺은 호주 세븐네트워크가 운영 중인 무료 지상파 채널 중 주목도가 높은 채널을 배정받았을 뿐 아니라 시장도 어느 정도 성숙되어 있어 전망이 나쁘지 않다고 봤다.

현대홈쇼핑 호주법인은 내년까지 누적 매출 1천억원 달성을 목표로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진출 초기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재무 부담도 확대됐다.

현대홈쇼핑 측은 해외에서 성과를 올리기 위해 초기 투자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자본잠식이 심화해 모회사의 도움 없이는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운 구조에 이르면서 사업 지속성에 대한 고민도 커진 상태다.

문제는 현대홈쇼핑의 해외 진출 성공사례가 없다는 점이다.

현대홈쇼핑은 2011년 중국 가유홈쇼핑, 동방이푸와 함께 현대가유홈쇼핑을 설립해 상하이에서 홈쇼핑 방송을 시작했으나 경영권을 둘러싼 문제로 2016년부터 방송 송출이 중단되며 사실상 철수 단계에 있다.

또 2015년 태국과 베트남에서도 홈쇼핑 사업을 시작했지만 아직까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5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자본금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베트남과 태국 합작사 설립을 위해 125억원과 81억원 수준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손실 누적이 이어지면서 양사 지분의 장부가액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42억원, 9억6천만원으로 떨어졌다.

현대홈쇼핑 안팎에서는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해외사업 전략도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사업 확대를 위해 너도나도 해외 진출에 나섰지만 동남아 시장에서 소비 패턴이 TV홈쇼핑 사업을 건너뛰고 온라인과 모바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탓에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고 보고있다.

업계는 해외시장 안착까지 5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당장 실패를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별다른 재료가 없는 상황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홈쇼핑과 비슷한 시기 해외 진출에 나섰던 CJ오쇼핑은 올해 해외사업을 모두 철수하기로 하고 수익성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 중이다.

GS홈쇼핑도 2017년 터키에서 합작사업을 중단했고 러시아 국영 통신사 로스텔레콤과 합작해 만든 현지 TV홈쇼핑도 지난해 파산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마냥 적자 해외 사업을 끌고 가는 것도 문제"라며 "홈쇼핑 사업이 성장 둔화에 접어든 상황에서 하루빨리 수익성 위주로 재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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