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CJ오쇼핑이 15년만에 해외사업을 모두 접는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 ENM 오쇼핑부문은 베트남 합작법인인 SCJ홈쇼핑을 시작으로 중국 2개 합작법인과 필리핀·말레이시아 법인 철수를 순차적으로 진행, 해외 사업을 모두 정리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베트남 케이블 방송사 SCTV와 합작한 SCJ홈쇼핑의 보유 지분 50% 전량을 합작사에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CJ오쇼핑은 2011년 7월 베트남에 진출해 현지 홈쇼핑 시장 점유율을 45%까지 끌어 올리면서 업계 1위 업체로 성장했지만, 2018년부터 적자가 누적되는 등 실적이 악화하자 진출 10년 만에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2004년 중국 상해(동방CJ) 진출을 시작으로 천진(천천CJ), 광동(남방CJ)으로 확대했던 중국 사업 역시 모두 정리한다.

지난 2017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영향으로 광동 지역 사업을 우선 철수한데 이어 나머지 법인에서도 영업적자가 늘어나자 철수를 결정했다.

CJ오쇼핑은 2013년 필리핀 최대 민영 방송사인 ABS-CBN과 50대50으로 설립한 합작법인 ACJ와 2016년에 설립한 말레이시아 합작법인도 지분 전량(49%)에 대한 매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로써 CJ오쇼핑은 지난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9개국 14개 지역에 진출했던 글로벌 사업을 15년여 만에 모두 정리하게 된다.

CJ오쇼핑은 국내 홈쇼핑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새로운 먹거리 창출 차원에서 글로벌 사업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하지만 국가별 현지화 전략 실패로 진출 초기부터 저조한 성과를 낸 데다 최근 시장 트렌드 등도 영향을 미치면서 손실 폭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에 2017년부터 순차적으로 중국 광저우와 인도·일본·터키 등 홈쇼핑 사업을 줄줄이 철수했으며 지난해 하반기에는 태국 사업도 정리했다.

이번에 정리하는 베트남과 중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법인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손실은 91억2천만원에 달한다.

CJ오쇼핑 관계자는 "해외 홈쇼핑 영업이 예상보다 성장성이 낮고 현지 운영에도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전망이 좋지 않은 사업을 빨리 정리해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CJ오쇼핑이 해외사업 구조조정을 넘어 전면 철수를 결정한 것은 CJ그룹의 비상경영 체제와 관련이 깊다.

CJ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그룹 전 계열사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부동산을 잇달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올인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매출 100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한 '그레이트 CJ'를 최근 사실상 철회하고, "재무구조 개선의 성과를 내라"는 특명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계열사별로 진행 중인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등 규모 확대보다 질적 성장을 위한 사업 전략을 실행 중이다.

CJ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미래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미련 없이 정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면서 "해외 사업을 포함해 이러한 기조가 최소 1~2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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