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서울 채권시장에서 저금리가 장기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채권 중개인(브로커)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채권 중개인들은 수수료에 민감해진 채권 운용역들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반값 수수료' 조건까지 제시하는 등 경쟁 과열 양상이 심화하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1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최근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 채권시장에서는 일부 중개인들에 의해 반값 수수료 관행이 자리 잡았다.

통상 채권시장에서 만기가 1년 이상인 채권 거래의 수수료는 100억 원에 100만원, 1년 이하는 100억 원에 50만원이다.

그런데 최근 시장에서는 1년 미만 구간의 수수료를 25만원으로 낮춰 받는 관행이 새롭게 나타났다. 매수와 매도측 브로커가 수수료를 절반씩 가져가는 것을 고려하면 수수료를 낮춘 거래에서 중개인의 수입은 25만원에서 12만5천원으로 줄어든다.

수수료를 절반으로 줄인 거래는 '수반(수수료 반값)'이라는 명칭으로 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중개인은 "1년 미만 구간에서 6개월이나 3개월 남은 채권 등을 '수반'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있다"며 "중개인 입장에서는 제살깎아먹기 경쟁이니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대형 증권사나 그룹사에서 거래 물량을 챙겨주는 곳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트레이딩 물량 가운데 일정 비율을 자사 중개팀에 맡기는 관행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자사 물량을 중개하면서 최소한의 수익은 보장받는 셈이다.

다른 증권사의 한 채권 중개인은 "국채의 경우 증권사는 내부 영업팀에, 은행이나 자산운용사는 그룹사에 물량을 집중하는 구조라 타 증권사가 영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영업 환경이 악화하면서 중개팀 사이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의 중개인은 "여전채는 3~4개 중개팀이 독식하고 있고, 은행채나 특수은행채는 발행하우스가 거의 정해져 있는데 나눠서 하기보다 한 곳에 1천억 원 이상씩 몰아준다"며 "몇 개사가 이 중개물량을 독식하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높은 수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개팀 내에 연차가 낮은 주니어 직원을 많이 뽑아 개인 목표치를 잘게 쪼개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개인들도 매출 성적이 좋은 고참 중개인들과 주니어 중개인들로 점차 나뉘고 있다.

중개 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수반 관행의 근본적인 배경은 채권시장의 저금리 환경이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채권 보유시 조달금리를 제하고 남는 이자 수익인 캐리가 감소하고, 운용역들은 수수료에 민감해지게 된다. 금리가 낮고 기간이 짧은 단기물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거래량이 줄어들고, 중개인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를 깎게 된다.

증권사의 중개인은 "저금리 상황 자체가 운용역들이 수수료에 민감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며 "운용역을 탓하기 전에 저금리 상황을 탓하는 것이 먼저"라고 토로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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