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미국 경제의 '일본화'를 우려하며 물가를 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일본 사람들의 인식은 한 번 정체된 인플레이션을 되살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은 "미국과 유럽이 우려하는 '일본화 유령'의 정수는 장기간 물가가 거의 변동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많은 사람이 꾸준한 물가 상승을 거의 기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이 대중의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올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일본이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전 일본은행(BOJ) 정책위원이었던 도쿄대학교의 와타나베 츠토무 교수는 "1980~199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거의 인플레이션 경험이 없다"며 "그런 만큼 우리가 그들에게 인플레이션이 다가온다고 말해도 그들은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20세 일본인이라면 평생 연간 평균 0.1%의 인플레이션을 겪어왔을 것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2%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거듭 공언한들 효과가 없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연준은 경기가 건강한 성장을 이어가려면 2% 물가상승률은 유지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미국 물가상승률은 2%에 가깝지만 이를 밑도는 상황이 몇 년째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연준은 일본을 옥죈 '저물가의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해 물가목표치의 정책 틀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2%를 조금 초과하는 물가상승률도 용인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WSJ은 "연준은 낮은 인플레이션 기대감으로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에 거부감을 보이고 기업들도 제품 가격과 임금을 올리는 데 주저하게 되면 그 자체로 물가가 발목 잡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우리 목표치를 지속해서 밑도는 인플레이션은 그 자체로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떨어트리는 '건강하지 못한 역학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실질 인플레이션을 더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의 상임이사였던 하야카와 히데오는 "일본은행이 물가상승을 촉진하기 위해 시중은행으로부터 대규모로 채권을 매입하기 시작했을 때 더 젊은 이코노미스트들이 반발했던 게 생각난다"고 말했다.

하야카와는 "우리는 채권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이 은행 체계로 흘러 들어가면 이를 본 소비자들은 당연히 인플레이션을 준비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틀렸다"며 "젊은 이코노미스트들은 물가 상승에 적응이 안 된 사람들에게 그런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고 그들이 옳았다"고 말했다.

WSJ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해서 금리를 내리면서 이제 물가도 금리도 매우 낮은 점 또한 문제"라며 "다음 경기침체 땐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여력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중앙은행들의 총알이 다 떨어져 간다며 "한 번 제로금리 근방의 체제가 구축되면 그것은 일종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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