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은 "미국과 유럽이 우려하는 '일본화 유령'의 정수는 장기간 물가가 거의 변동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많은 사람이 꾸준한 물가 상승을 거의 기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이 대중의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올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일본이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전 일본은행(BOJ) 정책위원이었던 도쿄대학교의 와타나베 츠토무 교수는 "1980~199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거의 인플레이션 경험이 없다"며 "그런 만큼 우리가 그들에게 인플레이션이 다가온다고 말해도 그들은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20세 일본인이라면 평생 연간 평균 0.1%의 인플레이션을 겪어왔을 것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2%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거듭 공언한들 효과가 없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연준은 경기가 건강한 성장을 이어가려면 2% 물가상승률은 유지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미국 물가상승률은 2%에 가깝지만 이를 밑도는 상황이 몇 년째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연준은 일본을 옥죈 '저물가의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해 물가목표치의 정책 틀을 재검토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2%를 조금 초과하는 물가상승률도 용인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WSJ은 "연준은 낮은 인플레이션 기대감으로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에 거부감을 보이고 기업들도 제품 가격과 임금을 올리는 데 주저하게 되면 그 자체로 물가가 발목 잡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우리 목표치를 지속해서 밑도는 인플레이션은 그 자체로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떨어트리는 '건강하지 못한 역학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실질 인플레이션을 더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행의 상임이사였던 하야카와 히데오는 "일본은행이 물가상승을 촉진하기 위해 시중은행으로부터 대규모로 채권을 매입하기 시작했을 때 더 젊은 이코노미스트들이 반발했던 게 생각난다"고 말했다.
하야카와는 "우리는 채권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이 은행 체계로 흘러 들어가면 이를 본 소비자들은 당연히 인플레이션을 준비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틀렸다"며 "젊은 이코노미스트들은 물가 상승에 적응이 안 된 사람들에게 그런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고 그들이 옳았다"고 말했다.
WSJ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해서 금리를 내리면서 이제 물가도 금리도 매우 낮은 점 또한 문제"라며 "다음 경기침체 땐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여력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중앙은행들의 총알이 다 떨어져 간다며 "한 번 제로금리 근방의 체제가 구축되면 그것은 일종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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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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