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뉴욕 유가는 중동 긴장 완화 이후 부진한 수요에 대한 우려가 부상한 영향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1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96달러(1.6%) 하락한 58.08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12월 초 이후 6주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중동 지역 상황과 원유 수요 관련 전망 등을 주시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추가 군사 행동보다 경제 제재 방침을 밝힌 이후 중동 지역 무력 충돌에 대한 우려가 대폭 경감됐다.

이란을 둘러싼 정국은 미국과 갈등보다 우크라이나 국적의 항공기 오인 피격 여파로 쏠려 있다.

이란 내부에서도 군의 오인 피격을 비판하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이에따라 이란이 미국과 갈등을 추가로 고조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시위대를 죽이지 말라. 미국이 지켜보고 있다"고 하는 등 이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발언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에 나설 경우 미국의 대응을 촉발하며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전반적으로 무력 충돌에 대한 우려가 크게 후퇴한 만큼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모습이다.

중동 위험이 물러나면서 부진한 원유 및 석유제품 수요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지난주 보고서에서는 원유재고가 예상과 달리 늘어났을 뿐 아니라 휘발유 재고와 정제유 재고도 큰 폭 늘었다.

계절적으로 휘발유 수요가 많지 않은 가운데, 난방유를 포함한 정제유 재고도 늘어난 점이 유가 하락 압력을 가중하는 중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난방유 정제 마진을 의미하는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는 21.56달러 수준으로, 최근 5개월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요가 부진해 원유를 난방유로 정제해 판매할 때 수익이 대폭 떨어졌다는 의미다.

미즈호 증권의 밥 야거 연구원은 "난방유가 가장 좋은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한겨울에 가장 부진하다"면서 "난방유 크랙 스프레드는 거의 사망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합의 서명식 등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지지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이미 시장 가격에 큰 폭 반영된 만큼 유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수요 부진 우려가 유가에 부담을 줄 것으로 지적했다.

어게인 캐피탈의 존 킬두프 파트너는 "시장은 상대적인 초과 공급 상황에 대해 지속해서 우려하고 있다"면서 "난방유 수요는 절망적인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중동 상황을 너무 안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메르츠방크의 카스텐 프리치 연구원은 "이란 정부가 두 달 전에 한 것처럼 반정부 시위 진압을 선택한다면 미국과 이란 간의 해빙 국면이 빠르게 종료될 수 있다"면서 "갈등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이 무시돼서는 안 되며, 일정 수준의 위험 프리미엄을 반영하는 것이 여전히 적절하다"고 말했다.

jwoh@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05시 11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