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오는 1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서울 채권시장이 대표적 비둘기파인 조동철 금통위원의 스탠스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 위원은 작년 11월 말 열린 금통위에서 다음 회의 때 기준금리 인하 선택을 예고했지만, 최근 경기가 일부 개선됨에 따라 인하 시기를 두고 종전과 다른 의견을 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조동철 위원으로 추정되는 금통위원은 지난번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에서 "작금의 거시경제 상황에 맞춰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며 "다만 그 시점은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겠다'고 한 지난 통화정책 결정 회의 의결문의 취지를 존중하기 위해 다음 회의로 이연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번 주 열리는 금통위 때 금리 인하에 한표를 줄 것이라고 예고한 셈이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두 명의 금리 인하 소수의견 출현을 기정사실로 여겼다.

다만 최근 일부에서는 소수의견 위원이 한 명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조동철 위원이 KDI의 경기평가 개선에 동조하며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일 수 있단 판단에서다.

KDI는 지난 9일 공개한 '경제동향 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 상황을 두고 "일부 지표가 경기 부진이 완화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며 경기에 대한 우려 수위를 한단계 낮췄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지난주 금리가 15bp가량 급등했는데도 어제 크게 강해지지 못하는 모습이었다"며 "소수의견이 한 명이거나 한은이 예상보다 매파 기조를 보일 수 있다는 경계감을 반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수의견이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확인되면 채권시장의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중은행의 채권 딜러는 "1년 이하 단기 구간은 기관의 자금 집행에 눌려있는 상황인데, 소수의견이 없거나 한 명에 그치면 이 구간마저 금리가 치솟을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예고됐던 소수의견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경기가 일부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폭이 크지 않아 정책 스탠스를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는 "조동철 추정 금통위원이 다음 회의 때 예고한 금리 인하 주장을 거둬들이려면 한국 경제가 그동안 상당히 강해져야 한다"며 "일종의 포워드가이던스였던 의견을 뒤집을 정도로 경제가 좋아졌는지는 의문이다"고 설명했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갑작스러운 의견 변경에 따른 평판 리스크까지 고려하면 대표적 비둘기파 위원의 개종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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