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기업대출을 금융 안정 이슈의 새로운 화두로 지목하면서 그 배경에 채권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심각한 수준인 가계부채 문제에 더해 기업 대출까지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진단이 나오면서 향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데 있어 금융안정을 더 고려하게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14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한은이 최근 공개한 12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금통위원들은 가계부채에 못지않게 기업대출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 금통위원은 "금융안정 상황 및 복원력과 관련하여 그동안 가계부채·부동산 문제 등이 주요 관심 사항이었으나, 앞으로는 기업부문의 리스크에 보다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대출 가운데 금통위원들이 특히 우려한 부분은 중소기업 대출이다.

한 금통위원은 "중소기업 중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의 비중이 50%에 가까운 상황에서도 중소기업 대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중소기업 대출 증가의 세부 내역 및 관련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보다 낮다는 것은 영업활동으로 얻은 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한은이 지난 12월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 비중은 2019년 상반기 기준 37.3%로 예년(2014~2018년) 평균에 비해 높았다. 중소기업의 경우 이 비중은 49.7%에 달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중소기업 대출이 늘어나면 대출금이 한계기업을 억지로 지탱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계기업은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미만인 기업이다.

한계기업 지탱 이외에 개인사업자 대출 등 기업대출이 규제를 우회해 주택 구입자금으로 사용되면서 금융 불안 문제를 키우는 통로도 있다.

실제로 예금은행 산업별 대출금 통계에 따르면 제조업 대출의 비중은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다. 대출 자금이 실물 경제 분야로 잘 흘러 들어가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예금은행의 산업별 대출금에서 제조업 대출금의 비중은 2018년 1분기 36.8%에서 작년 3분기 35.3%로 소폭 하락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 연합인포맥스>



가계부채를 우회하는 통로이든지, 아니면 한계기업을 지탱시키는 수단이든지 간에 기업대출이 금융안정의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면서 한은의 고민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기존 가계부채 문제에 더해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요소가 하나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물가와 달리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해야 하는 요인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가계부채에서 기업부채 문제로 금통위의 우려가 옮겨가는 느낌"이라며 "그렇다고 가계부채 등 기존 금융안정 이슈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국이 금융안정을 위해 할 일은 예대마진 확대를 통한 한계기업 구조조정"이라며 "한계기업을 구조 조정하면 기업의 투자 수익률이 올라가고,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리가 낮으면 좀비기업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유지되고, 이 때문에 경쟁 과열과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jhha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0시 0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