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유럽연합(EU)이 금융기관의 분석 보고서에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도록 규제를 정한 뒤 뜻하지 않게 헤지펀드들이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EU는 2년 전 '제2차 금융상품투자지침(Mifid II)'을 도입하며 몇 가지 규제를 개정했다. 이 가운데 하나는 거래 수수료와 투자기관의 분석 보고서 이용료를 분리하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등 기관 투자자들은 기존엔 투자은행(IB) 연구원의 분석 보고서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 규제로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게 됐다.

이는 투자은행의 보고서를 이용했던 기관이나 투자은행이나 모두 난감한 규제였다. 이 규제로 투자기관(바이사이드)은 분석 보고서를 덜 보게 됐고 투자은행(셀사이드)은 수요가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분석 보고서를 덜 생산하게 된 것이다. 일부 투자기관은 자체적인 분석팀을 만들어 규제에 대응했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이 담당하는 기업의 수가 줄어들거나 분석 깊이가 얕아지는 현상까지 벌어졌는데 헤지펀드들이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고 WSJ은 전했다.

애널리스트들의 관할 범위가 줄어들면서 소외된 기업도 대중 노출이 줄어 주가가 낮아졌는데 자체 분석팀을 가동한 헤지펀드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섰다는 것이다.

루세른캐피탈매니지먼트의 피터 타셀라 설립자는 투자은행이 분석하지 않거나 브로커들이 거래를 촉진하지 않는 일부 주식은 유동성이 얇아지고 가격 변동이 심해진다며 일부 헤지펀드와 뮤추얼펀드는 이 공백을 기회로 삼아 저평가된 중소형 주식을 매입한다고 말했다.

영국계 에르메스 투자 운용의 마틴 토드 매니저는 "EU의 규제로 중소형 주식은 더 변동성이 심해졌다"며 "유동성은 때때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GAM홀딩의 아드리안 고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Mifid II는 분명히 작은 기업에 대한 커버리지를 줄이는 효과를 낳았다"며 "시가총액이 3억파운드(약 4천500억원) 수준인 영역에서 애널리스트는 4명 이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Mifid II가 도입되면서 투자자들은 기업에 대한 접근도 어려워졌다.

과거에는 투자기관들이 투자은행에 전화해 기업과의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쉬웠다. 하지만 이제는 규제에 따라 이 같은 자리를 마련하려면 추가 비용이 든다.

영국계 CIAM의 안느-소피 안들로 설립자는 "그 결과 일부 기업이 특정 업종에서 어떤 전략과 포지션을 가졌는지 시장에 전달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이는 잘못된 가격 산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jhji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4시 0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