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향후 삼성생명이 배당을 확대하는 것을 두고 시장 일부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보험업계가 오는 2022년 보험계약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있는 데다 보험산업도 침체된 탓이다.

앞서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2018년 11월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IFRS17 시행 시기를 2021년 1월 1일에서 2022년 1월 1일로 1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최근에는 유럽에서 IFRS17 도입 시기를 미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그 시기가 바뀐 것은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기존 일정에 맞춰 IFRS17 도입에 대비할 계획이다.

IFRS17에서는 원가법으로 측정됐던 보험부채가 현행가치(시가법)로 평가된다. 저금리 기조에서 부채가 시가기준으로 측정되면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신용평가사의 한 연구위원은 "IFRS17에서 보험부채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국내 보험업계가 자본확충에 힘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배당 확대는 이익잉여금과 자기자본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삼성생명이 주주가치 제고와 IFRS17 대비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본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럼에도 더 중요한 것을 꼽자면 K-IFRS17 대비"라고 덧붙였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주주가치 제고와 회계제도 불확실성 속에서 삼성생명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며 "그런 점을 고려하면 삼성생명의 배당 확대는 만족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증권사의 다른 애널리스트는 "K-IFRS17의 불확실성과 보험이익 정체로 삼성생명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이 와중에 배당 확대로 불확실성이 가중된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삼성생명이 향후 3년간 배당성향을 경상이익의 50% 이내로 확대하겠다고 모호하게 발표한 것은 회계제도의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보험산업 침체도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생명보험업계의 영업현금흐름이 감소하고 있다. 영업현금흐름은 2015년 34조6천억원, 2016년 32조6천억원, 2017년 19조2천억원, 2018년 9조7천억원, 지난해 상반기 마이너스(-) 427억원을 기록했다.

생보업계 영업현금흐름은 수입보험료에서 보험금과 사업비를 빼서 구한다.

수입보험료 증가율은 올해 -2.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에는 6.0%를 나타냈다.

이 같은 영향 등으로 삼성생명 주가는 종가 기준 2018년 1월 19일 13만3천500원에서 이달 14일 7만3천600원으로 하락했다.

삼성생명이 배당을 확대했으나 부담이 크지 않았을 것이란 진단도 제기된다. 지난해 삼성생명 영업현금흐름이 개선된 덕분이다.

실제로 연결기준 작년 1~3분기 삼성생명 영업현금흐름은 5조8천28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천811억원을 나타냈다.

여기에서 영업현금흐름은 회계기준에 따라 산출한 수치다. 수입보험료에서 보험금과 사업비를 빼서 구하는 것과 다르다.

영업현금흐름이 개선된 것은 자산·부채 변동에서 마이너스(-) 폭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 1~3분기 자산·부채 변동에서 -7조525억원을 나타냈다.

지난해 1~3분기에는 그 규모가 -4천259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1~3분기 당기손익금융자산 증가 폭이 크지 않았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는 영업현금흐름 증가로 이어졌다.

신용평가사의 다른 연구원은 "금융업에서는 제조업과 달리 영업현금흐름에 당기손익금융자산이 포함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당기손익금융자산 증가 폭이 작을수록 영업현금흐름이 커지게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측은 "배당을 확대하고 있으나 재무부담 등이 없다"며 "IFRS17을 대비하는데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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