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시장에서 헤지펀드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당국이 시장 문제 해결을 위해 청산소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나, 헤지펀드의 투기 베팅을 지원한다는 논란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작년 9월 발생한 레포시장 발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산소라는 신규 수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과 헤지펀드는 레포시장을 통해서 오버나잇 자금을 빌리고, 국채와 같은 안전 자산을 담보로 설정한다. 작년 9월에는 예상치 못한 대출 가능한 현금의 부족 사태가 발생해 시장의 대출 비용이 급등했고, 연준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시장 개입에 나섰다.

연준이 구상하는 하나의 잠재적 해결 방안은 시장에 채권 청산소(Fixed Income Clearing Corp, FICC)를 설치해 소형 은행과 증권사, 헤지펀드 등에 현금을 직접적으로 대출해주는 것이다.

현재 헤지펀드는 후원 레포(sponsored repo)라는 절차를 통해 자금을 빌리는데, 이곳에서 헤지펀드는 대형 은행에 현금을 빌릴 만한 국채를 짝지어 주는 등의 중간 역할을 요구한다. 그러면 대형 은행은 거래 당사자가 현금을 상환하거나 국채를 반납하는 등 그들의 의무를 이행하도록 보증한다.

청산소를 활용하겠다는 것은 일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에게 흥미를 일으키는 요소다. 연준이 이번 레포 사태에서 소형 은행과 증권사, 투자자에 대한 현금 지급에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연준은 프라이머리딜러(PD)로 알려진 대형 기관과 작은 그룹으로 독점적으로 거래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활동이 긴밀하게 집중되어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이와 관련, "레포시장의 유동성은 미국 금융 시스템에서 4대 은행의 손에 달려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연준의 신규 구상과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청산소를 통해 직접적으로 현금을 빌려준다면 결국 헤지펀드의 긴급구제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의 목표는 레포시장에 대한 임시방편적인 시도에서 한발짝 물러서는 것이라고 한다. 당국은 작년 9월 이후 단기 레포 대출 제공과 재정증권 매입과 같은 일시적인 조치로 연말 변동성 장세를 억제한 바 있다.

WSJ은 "그러나 새로운 접근 방식은 정책 당국자에게도 정치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부유한 기관 투자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규제가 거의 없는 헤지펀드에 직접적으로 대출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위기 당시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은 정치적인 저항을 불러왔고, 현재 정책 당국의 스탠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헤지펀드에 청산소를 통해 직접적인 대출을 하는 것은 연준이 결국 이들의 위험한 베팅을 부채질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레포 트레이딩 데스크에 기술을 제공하는 GLMX의 글렌 하블리스크 최고 경영자는 살찐 고양이에 대한 구제 금융에 강한 혐오가 있다고 말했다.

WSJ은 "헤지펀드는 투자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 규모를 늘리기 위해 종종 차입금을 활용하는데, 그런 전략은 손실을 키울 수도 있다"며 "정책 당국은 일반적으로 차입을 통한 수익 전략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금융위기 동안 차입 자금을 활용한 베팅이 경기 둔화를 더욱 악화했다는 게 많은 이들의 평가"라고 덧붙였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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