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책임을 묻는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16일 열린다. 은행들은 경영진에 대한 중징계를 피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제재심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미 두 은행에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문책 경고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이날 제재심에 출석해 소명 기회를 가질 예정이다.

◇'경징계' 낮추기 가능할까

금감원은 제재심을 앞두고 우리·하나은행의 경영진에 대한 제재를 확정했다.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게는 문책 경고라는 중징계가 통보됐고, 지성규 하나은행장에게는 경징계로 분류되는 주의적 경고가 내려졌다.

만약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의 중징계가 확정되면 3년간 금융권에서 임원으로 취업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징계 낮추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통제 부실에 대해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금융회사가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금융회사의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준법감시 체제 등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한 상황이라면 직접적인 제재 근거로 삼기 어렵다고 해석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DLF에 이어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에서도 은행권 불완전판매 이슈가 제기되는 등 소비자 피해와 관련한 사태가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는만큼 은행들이 경징계를 받는다면 여론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실제로 금감원에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관련 분쟁조정을 신청한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DLF의 경우에도 판매된 상품의 절반 가량이 불완전판매 사례인 것으로 금감원 조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8년 금감원이 신탁상품 부문 검사를 통해 은행권의 고위험상품 불완전판매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DLF 판매가 이어진 부분은 검사 전후로 내부통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정감사에 소비자가 나와서 피해를 토로했던 사안이고 불완전판매 정황도 명백하게 나온 상황"이라면서 "여론이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중징계로 알려졌던 제재가 경징계로 낮춰진다면 피해자들이 수용하겠느냐"라고 말했다.

DLF피해자대책위원회는 이날 제재심 이전에 손 회장과 함 부회장, 지 행장 등 경영진의 해임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금감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제재심 앞두고 숨죽인 은행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가장 위축된 곳은 우리은행이다. KEB하나은행과 달리 당장 회장 연임과 신임 행장 선임 등 지배구조 이슈를 갖고 있어서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차기 회장 후보로 손 회장을 단독 추천하면서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을 확정지었다. 손 회장의 연임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인데, 만약 제재심에 속도가 붙어 중징계가 확정된다면 손 회장의 연임은 어려워지게 된다.

이에 따라 신임 은행장 선임 절차도 일단 정지된 상태가 됐다. 우리은행은 설 연휴 전 행장 선임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신임 은행장 후보자를 추천하는 그룹 임추위는 지난 6일 간담회를 가진 후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손 회장은 그룹 임추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괘씸죄'가 걸려 있는 상황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DLF와 관련한 전산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하나은행은 신탁형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 불완전판매에 대해 지난 11월 금감원 제재심으로부터 '기관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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