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15일(이하 미 동부 시각)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합의 공식 서명에도 제한적으로 상승하는 데 그쳤다.

미 국채 가격은 경제 지표가 부진해 상승했고, 달러 가치는 무역합의 서명 기대가 이미 반영됐다는 인식에 소폭 하락했다.

뉴욕 유가는 미국의 석유제품 재고 증가세가 지속하는 데 대한 부담으로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는 이날 1단계 무역합의에 공식 서명했다.

이후 공개된 합의문에는 중국이 농산물 등을 포함해 미국산 제품을 향후 2년 추가로 2천억 달러 이상 사들이기로 했다는 점이 명시됐다.

또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와 강제 기술이전 금지 등도 합의문에 포함됐다.

양국은 해당 기업과 합의되지 않은 강제적인 기술 이전 등을 금지하기로 했다.

의도적인 무역 비밀 유용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도 가능하도록 했다.

환율과 관련해서도 인위적인 환율 절하를 금지하며, 환율 관련 투명성을 확대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단계 합의를 위한 협상이 곧바로 시작될 것이며, 2단계 합의가 타결되면 현재 부과된 관세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에서는 다소 엇갈린 주장이 나왔다.

관영 언론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정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2단계 협상을 위한 합의가 단시일 내 시작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무역 분쟁과 미국의 관세 위협, 중국에 대한 투자 제한 등은 장기간 '뉴노멀'이 될 것"이라면서 "현재 부과되는 관세도 단기간에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중국과 2단계 무역 합의를 타결하면 관세가 추가로 감축될 것이라면서, 2단계 합의는 '2A, 2B, 2C'와 같이 세분화해서 진행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양호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1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수가 전월 3.3에서 4.8로 올랐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전망치인 4.0을 상회했다.

물가 지표는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미 노동부는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1% 올랐다고 발표했다.

지난 11월의 변화 없음(0.0%)보다 올랐지만, 시장 예상 0.2% 상승에는 못 미쳤다.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는 12월에 전월 대비 0.1% 올랐다. 시장 예상치인 0.2% 상승을 하회했다.

연준은 경기 평가 보고서인 베이지북에서 미국 경제가 완만하게(modestly)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이전 보고서와 경기 상황에 대한 평가가 동일했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0.55포인트(0.31%) 상승한 29,030.2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6.14포인트(0.19%) 오른 3,289.29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7.37포인트(0.08%) 상승한 9,258.70에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29,000선 위에서 종가를 형성했다.

시장은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과 합의의 세부 내용, 주요 기업 실적 등을 주시했다.

주요 지수는 1단계 합의 서명식 즈음에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비교적 큰 폭 올랐지만, 이후 상승 폭을 줄였다.

다우지수의 경우 29,127.59까지 올랐던 데서 반락했고, S&P500 지수와 나스닥은 한때 하락세로 전환되기도 했다.

양국의 합의 내용이 이미 상당 부분 예상됐던 데다, 향후 2단계 협상에 대한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연말 대선 이후까지 기존 관세를 감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향후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이날 발표된 주요 기업 실적은 다소 부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4분기 순익과 매출이 시장 예상은 웃돌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줄었다고 발표했다. 유통되는 주식 수를 줄인 영향으로 주당순이익(EPS)은 시장 예상보다 높았다.

BOA는 또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상반기 순이자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망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도 매출은 시장 예상을 상회했지만, 순익은 소송 등 법률 관련 비용 증가 등으로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다만 전반적인 실적 시즌의 출발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팩트셋에 따르면 이날까지 실적을 발표한 S&P 500 기업 약 30개 중 82%가 예상보다 양호한 순익을 기록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대선 전략의 일환으로 올해 말 새로운 감세안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점은 투자 심리를 지지했다.

이날 종목별로는 BOA 주가가 1.8%가량 하락했고, 골드만삭스는 0.2% 내렸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의 세사르 로하스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내내 긴장이 남아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미국이 1단계 합의에서는 관세를 지렛대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중국에 대한 투자 재고 등 더 무거운 방안이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1월 25bp 기준 금리인상 가능성을 14.9%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0.24% 상승한 12.42를 기록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이하 미 동부 시각)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2.9bp 내린 1.788%를 기록했다.

통화 정책에 특히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1.8bp 하락한 1.560%에 거래됐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전장보다 3.2bp 떨어진 2.243%를 나타냈다.

10년물과 2년물 격차는 전장 23.9bp에서 이날 22.8bp로 축소됐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과 중국은 이날 예정대로 1단계 무역합의에 공식 서명했지만, 이번 합의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경계심도 생겨났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지속하는 데다 향후 2단계 무역협상 우려도 이어져, 미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 수요가 늘었다.

이번 무역합의는 2년 가까이 글로벌 시장과 기업들을 혼란스럽게 했던 무역 전쟁의 끝을 의미하지만, 지식재산권 등 구조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우려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간의 높아진 관세를 '뉴노멀'이라고 평가했다.

전일 미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이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시장 예상을 밑돌아 미 국채 값을 지지했다.

최근 지표에서 인플레이션이 튀어 오르지 않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낮은 상태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주 초 약한 CPI 지수에 이어 실망스러운 PPI 지표를 볼 때, 물가 압력은 극도로 약한 상태"라며 "앞으로도 목표를 하회하는 인플레이션과 잠재 성장률을 밑도는 GDP로 인해 연준이 6월에 한 번 더 금리를 인하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독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는 등 유로존 경제지표가 부진한 점 역시 전반적인 국채 수요를 이끌었다.

10년 만기 독일 국채수익률은 -0.200%로, 전일의 -0.167%에서 하락했다.

10년물 이탈리아 국채수익률 역시 전일 2.458%에서 이날 2.438%로 내렸다.

유니크레딧은 보고서를 통해 "2단계 무역합의에 이르기 전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더 인하하지 않으면 투자 심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이는 국채시장을 지지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펜 뮤추얼 에셋 매니지먼트의 마크 하펜스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사실상 이번 서명이 주가 등의 밸류에이션을 아주 많이 높여왔으며 현 수준에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 성장률이 인플레이션을 의미 있게 끌어올릴 만큼 강한 것 같지 않다"며"금리는 연준이 이끄는 대로 따를 가능성이 있고, 이전 2년 동안보다 더 제한적인 범위에서 머무를 것 같다"고 예상했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이하 미국 동부 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09.890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09.954엔보다 0.064엔(0.06%) 내렸다.

유로화는 달러에 유로당 1.11518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1281달러보다 0.00237달러(0.21%) 상승했다.

유로는 엔에 유로당 122.55엔을 기록, 전장 122.35엔보다 0.20엔(0.16%) 올랐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전장보다 0.16% 하락한 97.214를 나타냈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이른 뒤 이날 공식 서명할 것이라는 기대가 그동안 선반영된 만큼 달러는 엔과 유로에 약세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의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을 확인한 시장은 이제 2단계 무역 협상으로 관심을 이동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등을 포함해 미국산 제품 구매를 대거 늘리기로 합의했다.

다만 2단계 합의가 완료될 때까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 관세는 유지된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2단계에서 대중 관세를 추가로 철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단계 합의를 위반할 때 재부과 가능성도 언급했다.

1단계 무역 합의에 구조적인 문제 등이 포함되지 않았고, 2단계 무역협상은 더 험난할 것이라는 예상에 달러는 최근 상승분을 되돌리고 있다.

UBS의 바실 세레브리아코브 외환 전략가는 "시장 영향 측면에서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은 가격에 대거 반영됐고, 이제는 2단계가 어떻게 될지 지켜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코시아뱅크의 숀 오즈번 수석 외환 전략가는 "무역합의 서명치고는 시장 반응이 크지 않았다"며 "달러에는 완만하게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달러는 그동안 무역전쟁이 야기할 불확실성 요인 등에 상대적으로 좋은 흐름을 보였다"며 "미미했지만, 이 점이 달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타고 엔화가 달러에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로 하락한 만큼 저가 매수도 일었다. 유로 역시 최근 달러에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영국의 이달 금리 인하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파운드는 1.30달러 초반대에서 매수세가 생겨나 달러에 소폭 상승했다.

최근 산업생산 등 제조업 지표 부진에 이어 영국 인플레이션이 3년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영란은행(BOE)의 1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 커졌다.

세레브리아코브 전략가는 "시장에서는 영국 인플레이션이 다소 약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약세 강도에 놀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위스 프랑은 달러에 강세를 이어가 최근 1년 동안 가장 강해졌다. 유로에는 거의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미국은 스위스도 환율 관찰 대상국에 올렸다.

애널리스트들은 스위스가 관찰 대상국에 포함됨에 따라 스위스중앙은행이 프랑 추가 상승을 제한하기 위한 시장 개입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42달러(0.7%) 하락한 57.8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미국 원유재고 지표와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 등을 주시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 원유재고가 약 255만 배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의 예상 110만 배럴 감소보다 더 줄었다.

하지만 휘발유 재고는 약 668만 배럴 증가했고, 정제유 재고는 817만 배럴 급증했다.

휘발유 재고가 320만 배럴 증가하고, 정제유 재고는 110만 배럴 늘었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겨울철은 자동차 여행 감소 등으로 계절적으로 휘발유 수요가 많지 않은 데다, 올해 겨울 상대적으로 온난한 날씨 등으로 난방유를 포함한 정제유 수요도 부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제유 재고는 2017년 9월 이후 최고치 수준으로 급증했다.

반면 미국의 지난주 산유량은 하루평균 1천30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날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OPEC 회원국 원유 수요 증가가 둔화할 것으로 본 점은 유가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OPEC은 비회원 산유국의 산유량이 증가하면서 회원국 원유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과 중국은 이날 1단계 무역합의에 공식 서명했다. 합의문에는 중국이 미국산 에너지 제품을 향후 2년간 약 500억 달러 이상 달러 더 사들인다는 점도 명시적으로 포함됐다.

다만 이런 내용이 이미 가격에 상당폭 반영됐던 만큼 유가 하락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원유시장 참가자들은 난방유를 포함한 정제유 수요 부진 등에 대한 우려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프라이스 퓨처 그룹의 필 플라얀 연구원은 "정제유 재고 증가가 역사적인 수준"이라면서 "이는 2월 날씨도 온건할 것이란 예보와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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