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강수지 기자 =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에 공식 서명하면서 이제부터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눈치 싸움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환시 참가자들은 16일 미중 1단계 합의가 마무리되면서 당분간 시장은 방향성을 탐색하며 낮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들은 2단계 무역 합의와 미국 대통령선거, 국내 경기 진단 등에 따라 얼마든지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지난 새벽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는 1단계 무역 합의에 공식 서명했다.

합의문에는 중국이 향후 2년간 미국산 제품을 추가로 2천억 달러 이상 사들이는 것을 포함해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와 강제 기술이전 금지, 인위적 환율 절하 금지 등이 명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단계 합의를 위한 협상이 곧바로 시작될 것이며, 2단계 합의가 타결되면 현재 부과된 관세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관영 언론은 중국 정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하며 2단계 협상을 위한 합의가 단시일 내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등 미국과 엇갈린 주장이 나왔다.

◇ 美 대선·2단계 무역합의…다음 불확실성 재료

외환시장의 딜러들은 미중 무역 협상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1단계 합의 서명을 통해 당분간 미중이 휴전에 들어가면서 시장이 잠시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시장참가자들의 방향성 탐색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딜러들은 올해도 미국과 중국, 트럼프가 시장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보며 미국 대선과 2단계 무역 합의, 국내 경기 회복 등을 앞으로 주요 재료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유력한 가운데 진행 중인 트럼프 대통령 탄핵 이슈도 단기적으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A 은행의 외환 딜러는 "이제부터 뷰 싸움이 치열할 것"이라며 "지금 숏(매도)해서 먹을 룸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1차 서명이 끝나면 미 대선이 11월까지 주요 재료라 미국 민주당에서 중량급 인사가 어떻게 선정되는지 등이 중요해질 것이다"며 "대선 이후까지 무역 합의가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되지만, 아직 큰 재료가 부각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 낮은 진폭으로 달러-원이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펀더멘털 회복…원화 강세 요인될 수 있어 주목

딜러들은 특히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는 등 국내 경기가 회복세를 보여 국내 펀더멘털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4천억 달러 이상의 외환보유고나 일본보다 높은 국가신용등급, 반도체 회복으로 인한 삼성전자 주가 상승, 늘어나는 조선업 수주 등 원화 강세를 부추기는 요인이 많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이 5.3%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11.5% 증가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새해 기대감을 자극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수출 회복을 토대로 한 우리 경제의 회복에 자신감을 내보였다.

딜러들은 당장 하루 앞으로 다가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경기 진단을 주목했다.

지난해 11월 한은 수정경제 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2.3%, 소비자물가는 1.0%로 전망했다.

펀더멘털 회복이 확인된다면 중장기적으로 달러-원 환율은 하단이 1,130원대까지 내려갈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B 은행의 외환 딜러는 "올해도 중국과 미국, 트럼프가 시장을 결정하겠지만, 원화 자체만 보면 빠질 요인이 더 많다"며 "외환보유액이나 신용등급, 단기외채, 반도체 회복세, 조선업 수주 증가 등은 달러 매도가 나올 수 있는 요인이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원이 오를 때 1,140~1,150원 레벨을 건너뛰었다"며 "달러-원이 1,150원 하단을 내준다면 바로 1,130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시장 시각이다"고 덧붙였다.

C 은행의 외환 딜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은이 올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식이나 수출 경기 회복에 따라 환율이 움직일 것이다"며 "원화가 1,150원 아래로 가는 등 강세가 심화하면 당국 경계가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국내 경기가 바닥을 다진 것이 확인되면 원화 강세를 걱정할 시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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