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기자 = 미국과 중국 간의 1단계 무역합의가 양국 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줬으나 구조적 문제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16일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은 2018년 7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첫 관세 폭탄으로 무역전쟁을 시작한 지 약 18개월 만에 합의에 도달했다.

이번 1단계 무역합의 합의문에는 중국이 농산물을 포함해 미국산 제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경제체제를 일부 개혁하겠다는 약속도 담겨있다.

우신보 푸단대학 미국연구센터 주임은 1단계 무역합의가 양국 간의 관계가 악화하는 것을 막아줬을 뿐 아니라 향후 이뤄질 회담도 양국의 차이점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회담에 참석하는 정부 부처의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회담만으로 양국이 가진 구조적 이슈를 해결하기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우 주임은 "이번 1단계 무역합의는 주로 어느 정도의 신뢰를 쌓고 화해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1단계 무역합의 서명 이후에도 중국의 국가 주도적 경제성장 모델 등에 대해 계속 우려스러워할 것이며 중국은 계속 미국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수출 제재 문제 등을 해결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어언대학교의 국제 및 지역학 연구소의 황 징 미국 전문가는 1단계 무역합의의 가장 좋은 부분으로 포괄적 경제대화 재개를 꼽았다.

포괄적 경제대화는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의 '전략적 경제 대화'(SED) 개념에 가까운 것이다.

이는 당시 매년 두 차례 양국을 오가며 진행됐었으나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하면서 2년 넘게 중단됐다.

황 징은 포괄적 경제대화 재개가 양국이 갈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도 "이것이 과연 계속될 수 있지, 계속된다면 얼마가 갈 수 있을지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1단계 무역합의가 양국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면서도 지정학적 경쟁 구도나 구조적 문제에 있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 징은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차 중국에 대해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무역갈등을 고조시켜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면서 "1단계 무역합의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2단계 무역합의가 시작되기 전까지 중국의 국가 주도 성장과 같은 구조적 문제는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세계안보연구소의 갈 루프트 공동소장은 미국 대선 전에 2단계 합의가 이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쉬운 이슈를 다룬 1단계 무역합의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생각해보면 핵심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에 합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상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해에 위험을 감수하고 불안정한 2단계 무역합의에 도전하느니 1단계 무역합의의 성공을 충분히 즐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w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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