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손지현 송하린 기자 =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16일 열린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최고경영자(CEO) 지키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들은 내부통제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CEO에 묻는 것은 과도하다며 법정을 방불케하는 공방전을 펼쳤다.

◇우리·하나銀 임직원만 수십명…참석자는 묵묵부답

이날 은행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5년여만에 열린 제재심을 앞두고 금감원은 아침부터 적잖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중징계를 사전 통보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자진해서 직접 소명에 나선 이날 두 은행 관계자 다수가 이른 아침부터 모습을 보였다.

금감원은 오전 10시부터 여의도 본원에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한 제재심을 개최했다. 통상 제재심이 오후 2시께 열려온 것을 고려하면 4시간이나 앞당겨진 일정이다.

함 부회장은 오전 9시께 금감원에 도착했다. 언론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자 제재심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대기실에 자리잡았다.

이날 제재심이 열린 금감원 11층 현장은 관계자 외 출입이 통제됐다. DLF 사태가 워낙 중대한데다, CEO까지 직접 출석하는 만큼 금감원 차원에서 참석자를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심제 방식으로 진행된 제재심은 1안으로 상정된 KEB하나은행 관련 논의를 오후 5시가 넘도록 이어갔다.

당초 제재심에서는 오후 4시를 기점으로 우리은행 관련 안을 다룰 예정이었다.하지만 양측의 공방전이 길어지며 일정이 지연됐다. 이에 오후 2시 반 무렵 금감원에 도착한 손 회장은 대기실에서 오랜시간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이날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20명 넘는 임직원이 금감원을 찾았다. 손 회장을 비롯해 정채봉 우리은행 부행장 등 관계자 모두가 제재심과 관련한 질문에 말을 아꼈다.

제재심 현장에 있던 관계자는 "CEO가 참석해서인지 007작전을 방불케하는 보안 아래 통제가 진행됐다"며 "출입 비표를 받는 과정도 매우 삼엄했다"고 전했다.

◇"CEO 중징계 피하자"…시민단체는 해임 요구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CE0는 물론 기관제재에서도 일부 영업정지를 포함한 중징계를 통보받았다. 이에 양측은 제재심을 통해 경징계로 징계 수위를 낮추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이른바 'KB사태'로 제재심 대상이 됐던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역시 사전 통보된 중징계가 제재심 과정에서 경징계로 낮아진 바 있다.

이에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내로라하는 국내 로펌 다수를 중복으로 고용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와 연관이 있는 만큼 최소한 CEO 징계만큼은 수위를 낮추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며 "임원에 대한 징계의 근거를 어떻게 볼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여론은 녹록지 않다.

이날 금감원 앞에서는 아침부터 DLF피해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의 시위가 이어졌다.

이들은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꼼수를 지적하며 '해임 요청' 피켓을 들고 두 CEO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금감원에는 손 회장과 함 부회장, 그리고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DLF 대책위의 진정서가 제출됐다.

대책위는 "하나·우리은행은 피해자들과 자율조정을 진행 중이지만, 온갖 꼼수를 부리며 배상금액을 낮추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며 "금융당국의 더 적극적이고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 제재심부터 날선 공방이 이어진만큼 DLF 제재심은 장기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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