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특파원 = 유럽의 국채 입찰에 유례없는 투자자들의 강한 수요가 몰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 보도했다.

2020년에도 유로존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수익률을 지키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강했다고 저널은 분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통화정책을 보류해 마이너스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월 200억 유로의 국채를 매입할 계획이다.

ECB의 국채 매입으로 인해 유로존 국채의 가용 공급이 타이트해졌고, 때문에 투자자들은 올해 새로운 발행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유로존 국채 발행 국가 가운데 최대 규모의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 입찰에 530억 유로(590억 달러)의 수요가 몰렸다. 지난 수요일 이탈리아의 30년 만기 국채 발행에는 발행 규모의 거의 7배에 달하는 시장 수요가 나타났다.

블랙록의 스콧 티엘 최고 채권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필요하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곳에 자금을 넣어야만 한다"며 "통화정책은 상대적으로 2020년에 안정적이어서 수익률이 조금이라도 있는 투자처는, 그것이 무엇이든 즉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의 다른 나라 국채 발행도 수요 호조세를 나타냈다. 스웨덴과 벨기에, 키프로스, 슬로베니아는 장기 국채를 올해 발행했는데, 입찰 주문은 최소 4배 이상이었고, 수익률 범위는 0.133%에서 0.525%였다.

국채수익률은 국채 값과 반대로 움직인다.

유럽 회사채 움직임도 활발하다. 딜로직에 따르면 유럽 기업들은 2020년 첫 몇 주 동안에만 190억 유로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유럽의 많은 기관투자자는 의무적으로 자국 국채에 투자해야 한다. 수요를 더하는 요인이다.

저널은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는 등 지정학적 긴장이 둔화한 점이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미·중 무역 긴장은 지난 2년 동안 시장을 휘젓던 요인이었다. 1월 초 커졌던 중동지역의 불안도 진정됐다.

아문디의 로렌트 크로니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아직 숲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지정학적 면에서는 좀 더 명확해졌다"며 "어느 정도 스프레드 위험을 감수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긍정적인 요인은 독일 국채에 대한 수요 감소다. 독일 국채는 유럽에서 가장 안전한 벤치마크 자산으로 여겨진다. 독일은 30년 국채 발행을 통해 15억 유로를 조달하려 했지만, 11억1천400만 유로만을 유치하는 데 그쳤다.

유니크레딧의 루카 카줄라니 선임 채권 전략가는 "독일의 경우 지금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만큼 안전을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사태가 악화할 가능성에 대해 꽤 우려해야 하는데, 투자자들은 안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수익률에 꽤 민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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