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연초 서울채권시장의 잦아진 손바뀜 속에 은행채는 은행들이 다른 은행들의 채권을 사들이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위험 선호 현상이 얼마나 퍼지느냐에 따라 발행담당자들의 장기채 발행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20일 연합인포맥스의 채권 장외시장 투자 주체별 거래 종합(화면번호 4565)을 보면 올해 들어 전 거래일까지 국내 은행채(산업·수출입은행 제외)는 24조5천691억원 거래됐다. 이달 영업일의 3분의 2를 소화한 상황에서도 연말인 지난달 거래량(24조1천811억원)을 웃돌았다. 이러한 추세면 이달에 작년 월평균 거래량인 30조5천억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거래가 활발하지만, 세부적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평소와 다소 다른 전개다. 은행채를 매수하는 주요 주체가 은행에 한정되고 있다. 그야말로 '상부상조'다.





이달 들어 은행은 은행채를 2조597억원 순매수했다. IBK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등이 발행한 1~3년물 만기 채권을 주로 사들였다. 전월에 은행의 은행채 순매수가 5천99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매수세가 대폭 증가했다.

반면, 다른 투자자들의 관심이 시들하다. 공모와 사모를 합쳐 자산운용사는 새해 들어 은행채를 총 1천456억원 순매도했고 보험·기금도 283억원 정리했다. 종금·금고는 100억원, 개인도 18억원 순매도에 동참했다. 외국인은 아직 은행채를 거래하지 않고 있다.

작년 연간으로 보면 은행채를 가장 많이 순매수한 주체는 자산운용사(공모)였다. 28조억원 넘게 은행채를 담았고 이는 은행보다 5조원 많은 수치다. 종금·금고 2조원, 보험·기금은 1조3천억원 이상 은행채를 사들였다. 외국인과 기타법인은 8천억원 순매수했고 개인도 2천억원 이상 담는 등 은행채의 인지도가 높아진 모습을 보였다.

투자자가 다양할수록 은행들도 자금을 조달하는데 여유가 생긴다. 연초 위축된 투자자 손길에 은행들은 장기채권 발행 시기에 고민을 드러냈다.

한 은행의 관계자는 "결국 5년과 10년이 넘어가는 장기채권을 은행들이 주기적으로 공급해주고 관련된 맞춤 수요에 대응해야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게 될 것이다"며 "은행마다 계획이 있겠지만, 장기채 첫 발행에서 성적이 부진하면 다른 은행들도 시기 조절을 염두에 둘 것이다"고 말했다.

올해 현재까지 농협은행을 제외하면 다른 은행들은 3년을 초과하는 채권을 선보이지 않고 있다.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인하 소수의견에도 시장금리가 오른 만큼 장기채 발행은 위험 선호 현상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라고 시장참가자들은 내다봤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올해는 작년보다 성장률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고 미·중 무역 협상 1단계 마무리 이후 코스피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주식이 호황을 보이면 우리나라도 이를 반영하게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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