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최근 서울외환시장에서 이례적인 수급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끈다.

통상적인 네고, 결제 물량이 아닌 특수한 수급 변수가 발생하면서 달러-원 환율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20일 서울환시에 등에 따르면 최근 달러-원 시장은 대기업의 해외 채권 발행과 관련된 수급 여건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뤘다.

포스코가 14억9700만달러(약 1조7천200억원) 규모의 글로벌 본드 발행 수요예측서 흥행을 거뒀고 관련된 달러 수요가 마(MAR, 시장평균환율) 시장을 통해 매수로 유입되면서 개장 전 마 가격이 +20전까지 급등했다.

전일 시장평균환율보다 0.20원 비싼 가격에라도 달러를 사겠다는 의미로 통상 0.05원 수준에서 결정되는 마 가격에 비해서 매우 큰 폭으로 급등한 수준이다.

개장 전 마 가격이 이 수준으로 요동친 것은 2017년 12월~2018년 3월 이후 처음인 것으로 파악된다.

통상 기업의 해외 채권 발행은 통화 스와프 헤지로 처리되며 현물환 시장에서 큰 영향을 주지 않고, CRS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포스코의 이번 채권발행은 초기 원금 교환이 없는 형태로 진행되면서 대규모의 달러 수요가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 원금 교환이 없다 보니 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조달해야 했고, 여러 하우스에서 주문을 처리하며 가격 경쟁까지 붙은 것으로 보인다.

달러 조달 규모는 11~12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장 초반에는 예상 평균환율인 '러닝 마' 아래에서 달러를 사려는 '마 플레이'까지 따라붙으며 달러-원 환율 하단을 지지하는 역할을 했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이번 이벤트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기업의 해외 채권 발행 이벤트는 종종 일어나지만 금액 자체가 워낙 컸고, 계약 형태도 초기 원금 교환이 없는 방식으로 처리되며 파장이 컸다는 설명이다.

다만 해당 이벤트는 일회성인 것으로 판단되며 시장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량이 소화됐고 이 수준의 규모로 해외 채권 발행이 나오는 것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A 은행의 외환딜러는 "이번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 케이스이고 일회성이라 향후에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 주에는 실수요가 시장을 압도했던 장이라 따라가기 어려운 장이었다"고 말했다.

B 시장 참가자는 "기업체에서 달러를 들고 있기를 원했던 것인지 초기 원금 교환 없는 형태로 처리됐다"며 "특수한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결제, 네고 등 역내 수급 상황이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수급 이벤트에 시장이 흔들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서명 등 대형 이벤트가 마무리면서 서울환시가 관망 모드에 진입한 가운데 향후에도 특수한 수급 여건이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최근 삼성중공업이 드릴십 계약 해지에 관련된 재판에서 승소한 점도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영국 런던 중재 재판부는 지난 16일 삼성중공업 드릴십 계약 해지에 대한 책임이 미국 퍼시픽드릴링(PDC)에 있다며 총 3억1천800만달러(한화 약 3천690억원) 규모의 손해 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배상금이 향후 달러로 유입될 경우 달러-원 스팟 시장에서 매도 물량으로 연결돼 시장을 요동치게 할 가능성이 있다.

PDC가 영국 고등법원에 항소할 수 있고 배상급 지급에 시일이 걸리는 만큼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될 수 있으나, 만약 물량이 유입될 경우 시장에 파장을 미칠 수 있다.

이외의 수급 이벤트로는 수주 관련 소식도 주목된다.

지난해 조선업계 훈풍으로 수주 관련 소식이 이어지며 달러-원 환율에 영향을 미친 만큼 올해도 관련 물량 유입 여부는 시장의 관심사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중 무역 합의라는 굵직한 이슈 소화 이후 서울환시가 방향성 탐색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수급에 따른 민감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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