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부실한 재정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지만 구제금융 신청에 관해선 입장이 확연히 갈린다.

스페인이 구제금융 신청을 꺼리는 동안 이탈리아는 스페인의 고민에 공감하기보단 하루라도 빨리 지원을 신청하라며 스페인을 압박하고 있다. 스페인이 단독으로 구제금융을 신청한다면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하락하며 안정될 수 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긴급 지원 요청에 대한 정치적인 비난 세례를 받겠으나 이탈리아가 이 문제까지 돌볼 겨를은 없어 보인다.

양국 정상은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회동한다. 이들이 구제금융에 관해 얼마나 이견을 드러낼지 주목된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8월 라호이 총리와 만났을 때도 선제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하라는 압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의 바람과 달리 스페인은 거의 석 달째 구제금융 신청을 망설이고만 있다.

급기야 몬티 총리는 "어떤 나라가 국채 금리 스프레드가 벌어지고 금융권 문제를 겪으면서도 아직 (위기) 확산 방지 체계를 가동하길 꺼리는 국가가 있다"면서 "알다시피 이 국가가 이탈리아는 아니다"라면서 스페인을 겨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탈리아가 이처럼 스페인을 압박하는 것은 부채 위기에 대한 우려가 자국으로 쏠리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다. 금융시장이 민감해하는 정치적 이벤트인 총선을 앞두고 스페인 구제금융이 일단락되면 부채 위기 도미노는 스페인에서 멈추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탈리아가 위기 대응을 훨씬 매끄럽게 할 수 있다.

강도 높은 긴축에 대한 대중의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이탈리아가 스페인 구제금융에 조바심을 낼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몬티 총리의 지지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몬티 정부를 지지하는 자유국민당(PdL)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대표가 전날 몬티 총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면서 엄포를 놓았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교한 정치 싸움이 시작된 셈인데 이것이 이탈리아의 국내 문제에 불안한 시선이 향하도록 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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