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한 19일 빈소가 차려진 서울 아산병원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재회했다.

2015년 7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이후 사이가 요원했던 두 형제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화해 무드로 전환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은 신 명예회장이 지난 18일 밤 건강 상태가 악화해 현대 아산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날 오후에 병원에 도착했으며 일본 출장 중이던 신 회장도 급히 귀국,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함께 지켰다.

두 형제가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2015년 경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인 이른바 '형제의 난'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이사회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돼 한·일 롯데를 총괄하는 원톱 자리에 오르자 신 전 부회장이 신 명예회장을 앞세워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신동빈 회장을 해임하는 등 쿠데타를 시도했다.

2017년 6월 모친인 시게미쓰 하츠코의 권유로 잠시 독대한 적 있지만 화해하는 데 실패했다. 신 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경영비리 재판 2심 선고가 있었던 2018년 10월 두 형제는 얼굴을 마주한게 전부다.

1년3개월만에 만난 두 형제는 빈소를 열기 전 대기실에서 단둘이 장례 절차 등을 단 둘이 협의했으며, 전일 오후 8시 20분께 동시에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빈소로 입장해 눈길을 끌었다.

두 형제는 모두 상주를 맡아 빈소에서 함께 조문객을 맞을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2일 발인까지 장례가 4일장으로 치러지는 동안 두 형제가 한 공간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에게 지속해서 화해를 요청해 왔다.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8개월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2018년 10월 5일 이후 화해 편지를 여러 차례 보내고, 면회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지난 설 가족 모임에 초대하며 화해 시도를 했으나 신 회장은 "진정성이 없다"며 일절 대응하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이 지난해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의 해임안 안건을 제출하지 않기로 하고 만남을 제안했을 때에도 신 회장은 진정성이 없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뿐 아니라 신격호 명예회장, 롯데 경영진, 회사 등을 상대로 수십차례 소송을 진행 중일 뿐 아니라 여전히 경영권 복귀가 목표라는 의심에서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회장에게 한국과 일본 롯데를 나눠 경영하자는 의미를 담은 제안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2015년부터 올해까지 6차례에 걸쳐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대결에서는 신 회장이 모두 완승했다.

지난해 10월께 신 명예회장의 건강이 악화해 보름 이상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도 두 형제는 시차를 두고 문병할 정도로 관계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신 명예회장은 끝내 두 아들의 화해를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재계 안팎에서는 신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났지만 두 형제가 극적 화해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있다.

재계 관계자는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도 화해에 나서지 않았던 신 회장이 지금 와서 마음을 바꿀 가능성은 적다"면서 "오히려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 등 지배구조 개편을 가속화해 경영기반을 더욱 확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신 명예회장의 별세로 신 회장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수차례 승리를 거두며 원톱체제를 굳힌 반면, 신 전 부회장은 6차례나 경영복귀 시도를 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일본 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도 최종적으로 패소해 경영복귀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신 명예회장이 한정후견 보호를 받았기 때문에 보유지분이 신 전 부회장에게 100% 넘어갈 가능성은 희박하며, 설사 그렇다 해도 롯데홀딩스 핵심 주주들은 신 회장의 우호 세력이기에 경영권을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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