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20주년 신년 인터뷰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국내 은행장들이 올해 최대 경영 리스크로 시장 불확실성을 앞다퉈 손꼽았다.

2%대 성장은 충분히 가능하겠지만, 국내 경기가 확실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단언하긴 이르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또 한국은행이 올해 한 차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순이자마진(NIM) 관리가 녹록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컸다.
 

◇최대 대외변수는 'G2' 싸움

21일 연합인포맥스가 국민·신한·우리·KEB하나·기업·농협·수협·SC제일·씨티은행 등 주요 은행장들 대상으로 실시한 신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 은행장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가 2.1~2.3% 안팎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장 대다수는 '작년보다 나은 올해'로 2020년 경기를 설명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올해는 작년보다 기대 요인이 더 많은 환경"이라며 "지난 2년간 성장률 하락 폭이 매우 컸던 만큼 과거 사이클과 비교할 때 경기 반등 시점이 가깝다"고 내다봤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확장적인 재정·통화정책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국내 반도체 경기 회복, 수출 반등, 여기에 늘어나는 민간소비에 기대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며 경기 부양에 주력하고 있는 점이 그 배경으로 지목됐다.

반면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씨티은행의 전망치는 2.0%로 시중은행 중 가장 비관적이었다. 미·중 갈등과 일본 수출규제 등 외부 리스크 요인이 다소 완화하고 있지만, 내수 경기가 부진한 만큼 하방 리스크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G2(미·중) 간 갈등에 브렉시트, 이란과 홍콩을 둘러싼 지정학적 우려, 그리고 미국 대선 등 글로벌 차원의 정치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국내 경기의 반등은 어디까지나 기술적 성격이 강하다. 기업의 투자나 제조업 생산, 부동산 등 민간 부문의 자생력은 여전히 유약하다"고 진단했다.

올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대외변수로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을 지목했다.

이대훈 농협은행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최근 완화되는 분위기지만, 리스크는 여전하다"며 "대외적인 정치,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들 은행장은 올해 은행 영업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재료를 이야기해달라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시장 변동성을 꼽았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길어지며 반도체 등 주력 수출기업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며 "이는 디플레이션 우려, 부동산 시장 불안, 그리고 브렉시트 등 곳곳의 지정학적 우려와 맞물려 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큰 불안 요소다"고 진단했다.

잠재 성장률 둔화와 부동산 경기, 제조업 부진 등도 제시했다.

이동빈 수협은행장은 "저금리로 인해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편중된 상태"라며 "시장의 쇼크 요인이 발생할 경우 큰 폭의 가격 조정이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진 행장도 "성장률 둔화에 따른 경기 부진, 저물가로 인한 지속적인 금리 하락이 나타나면 중장기적으로 경제의 펀더멘탈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고령화 등 구조적인 요인에 의한 저물가가 지속해 명목 성장률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등 디플레이션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반기 '1회 금리인하'…달러-원은 1,200원 근접

은행장들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한은이 한 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경제가 다소 미흡한 2%대 성장 탄력을 보여주고 있는 데다, 미국이 금리인하에 나선다면 한은 역시 추가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집값 안정에 집중하는 정부의 스탠스를 고려해 통화 완화 정책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 기준금리 인하 횟수는 한 차례를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허인 국민은행장은 "저성장, 저물가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경기 반등 모멘텀을 강화하고자 한 차례 금리인하가 예상된다"며 "국내 경제 지표가 소폭 반등 흐름을 보여 상반기 중으로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씨티은행은 한은이 25bp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시점을 오는 4월로 구체화했다.

농협은행은 최대 2차례 인하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과거 10년을 주기로 하는 금리 사이클을 고려하면 통화확장 구간을 2019~2024년으로 볼 때 연간 1~2회 수준에서 조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올해 국고채 3년물 금리 전망치는 한 차례 금리인하가 진행된다는 가정하에 1.3~1.4%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은행장들은 상반기에 시장 금리 상승을, 하반기에 하락을 내다봤다. 올해 국고채 발행물량이 크게 늘고 경제 여건이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된다면 상반기 중 금리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하반기 들어 미국의 대통령 선거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된다면 상승 폭을 되돌릴 수 있어서다.

대신 금리 인하가 단행되는 시점에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3%를 하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달러-원 환율은 1,150~1,200원 수준에 거래될 것으로 보는 곳이 많았다. 추세적으로는 역시나 상반기에는 하향 안정을, 하반기에는 변동성 확대를 내다봤다. 미·중 무역갈등이 다소 완화하고 위안화가 절상되는 등 현재까진 환율의 하락 압력이 우세하지만, 미국이 유럽연합(EU), 이란 등과의 갈등 국면을 이어간다면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연간 100원 이상의 변동 폭을 예측하는 곳이 많았다.

지 행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원 환율은 연간 100원 이상의 변동 폭을 보여왔다"며 "올해도 미국발 리스크의 확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1,100~1,200원 사이의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연말께 달러-원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행장은 "한국의 긍정적인 요인이 환율에 반영돼 있고, 자본 유출의 가능성으로 원화 약세에 대한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며 "연말에는 달러-원 환율이 1,200원대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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