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금통위원 연임설, 4년마다 등장하는 '데자뷔'
[데스크 칼럼]금통위원 연임설, 4년마다 등장하는 '데자뷔'
  • 한창헌 기자
  • 승인 2020.01.2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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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의 연임설은 실체가 없다. 4년 전에도, 8년 전에도 그랬다. 막연한 기대나 당위성이 시장의 확대해석으로 이어지면서 그럴싸하게 포장되곤 했다. 오는 4월 네 명의 금통위원 임기를 앞두고 제기되고 있는 일부 위원의 연임설도 이전과 다르진 않을 것 같다. 금통위원 무더기 임기 만료와 관련해 한국은행법으로 일부 보완이 이뤄진 만큼 연임 가능성은 더 희박해 보인다.

이번 금통위원 연임설의 단초는 이주열 한은 총재가 제공한 셈이 됐다. 지난 2일 기자단과 가진 신년 다과회 자리에서다. 그는 오는 4월 금통위원 임기 만료에 따른 통화정책 단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네 분이 다 바뀌는 것을 전제로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어진 질문에 "금통위원 임명은 대통령의 인사권한"이라고 말을 아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네 명의 금통위원이 한꺼번에 교체되면 통화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던 터라 이 총재의 발언을 두고 '혹시나' 하는 기대가 다시 일었다.

금통위원 연임은 법적으로 가능하다. 한은법에는 위원 임기를 4년으로 하되 연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지금껏 금통위원이 연임한 사례는 없다. 1997년 금통위원 비상근체제를 상근체제로 바꾸면서 단임이 당연시됐다.

그런데도 금통위원 연임설은 주기적으로 등장한다. 특히 지난 2012년 이후 4년마다 반복되는 데자뷔다. 금통위원들의 임기 만료가 몰려 있는 탓이다. 2012년 초에는 때아닌 청와대발 금통위원 연임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2년 가까이 금통위원 여섯 명으로 파행 운영되던 차에 세 명의 임기가 다가오면서 통화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던 때였다. 청와대가 세 명의 금통위원 중 한 명의 임기를 늘리는 안을 검토 중이라는 루머가 돌면서 시장의 큰 관심을 끌었다.

2016년에도 네 명의 금통위원 임기를 앞두고 여러 소문이 돌았다. 정확하게는 연임설이라기보다 금통위원 일부를 연임시켜서라도 무더기 교체는 막아야 한다는 당위성에 가까운 주장들이었다. 역시나 시장의 기대는 이뤄지지 못했고, 한국은행은 결국 법 개정에 나섰다. 2년 전 개정된 한은법에 따르면 한은 총재와 금융위원장 추천으로 임명되는 금통위원 2명은 이번에만 임기가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다. 혹여 금통위원 임명이 늦어지더라도 전직 위원의 임기가 끝난 즉시 임기가 시작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검증 지연에 따른 부작용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으로 금통위원들의 무더기 교체는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점에서 금통위원의 연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법 시행을 앞두고 일부 위원이 연임되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 한은 측도 이 총재의 발언이 임명권자가 따로 있는 만큼 인사 방향을 예단해선 안 된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얘기였다고 일관되게 해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 주변에서 계속 금통위원 연임설이 오르내리는 건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비둘기파 금통위원이 연임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빨라질 것'이라는 식이다. 기준금리에 민감한 채권시장도 이렇다 할 반응이 없는 걸 보면 '노이즈'에 그칠 공산이 크지만, 작은 틈만 보이면 파고드는 일부 포지셔너들의 의도적인 루머 생산과 확산 작업에 대해선 항상 경계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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