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세법개정으로 증세 추진해야

부동산, 지금은 공급확대로 잡을 수 없어…대출로 옥좨야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의 김유찬 원장은 중장기적으로 확장재정은 유지하되, 국가부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는 반드시 증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또 높은 집값이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지금보다 부동산시장이 과열되면 추가적인 대출 규제를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부동산 공급확대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유찬 조세硏 원장

◇본격적인 증세 논의할 시점…법인·고소득자 대상

김 원장은 21일 조세재정연구원 집무실에서 진행된 연합인포맥스와 신년인터뷰에서 "현재 국가재정은 건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앞으로 국가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한 증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법개정 이후 실제로 재정 수입이 늘어나는 것은 1~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면서 "올해 하반기에 적절한 수준의 증세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확장적인 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도 달성해야 하는 만큼 증세로 보완작업을 병행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가채무는 704조5천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700조원을 돌파했다. 이런 추세에 올해 발행하는 60조원 규모의 적자국채까지 고려하면 전체적인 채무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도 오는 2023년 말 국가채무가 1천조원을 돌파하고 국가채무비율이 46.4%로 올해 말 전망치인 39.8%보다 7%포인트 가까이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김 원장은 "올해까지는 재정 건전성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면서 "세법 개정을 올해 하반기에 하게 되면, 2년이 지나야 제대로 (증세 효과가) 발휘되는데, 그때까지는 우리 국가채무비율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급격한 고령화와 훗날 통일비용까지 고려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증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재정 경고등'이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세금을 더 거두는 대상으로는 법인과 고소득 자산가를 꼽았다.

법인의 경우 지난 2017년 세법 개정을 통해 과세표준(당기순이익) 3천억원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서만 최고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그는 "높은 과세표준 구간에 적용되는 최고세율만 25%로 올렸는데, 대부분은 기업은 그 이하 구간에 속한하"면서 "2억원 이하는 10%에 불과한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반 개인 사업자는 2억원을 벌면 최고 세율 구간인 38%를 적용받는데, 법인의 경우 10%만 내면 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개인 사업자가 2억원을 남기면 세금은 5천660만원이고, 법인은 2천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의 배당 성향이 글로벌 기업보다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타당하다는 것이 김 원장의 생각이다.

법인을 포함한 자산가들에 대한 증세도 소비 진작을 위해 필요하다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김 원장은 "법인은 미래가 불확실한 탓에 과잉유보하는 경향이 있고, 자산이 많은 사람은 소비를 더 할 수 없어서 '저축'으로 자금을 돌린다"면서 "그런 자금에 대해 과세해 저소득층에 이전지출로 제공하는 경우에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높은 집값이 소비위축…대출 규제로 옥좨야

김 원장은 최근과 같은 급격한 집값 상승이 소비위축을 불러온다고 주장했다.

기존 '자산효과(Wealth Effect)'와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일반적으로 자산이 늘어나면 씀씀이도 늘어 소비 진작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김 원장은 "우리나라 집값이 적절하게 올라가던 시기에는 자산효과 등으로 경기 활성화 효과를 보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김 원장은 예를 하나 들었다. "주택이 여러 개이면 모르지만, 1개면 매각하지 않고 그대로 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실 '현금화'해서 소비로 이어지는 것과 큰 연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오히려 집값 급등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집값이 오르면 집을 사기 위해 오히려 소비가 아니라 저축을 늘리게 된다"면서 "과거 월급의 30%는 저축하고 70%는 소비했지만, 이제는 저축 70%, 소비 30%로 변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김 원장의 주장은 조세재정연구원이 운영하는 '재정 네트워크'에 참여 중인 고려대학교 박철범 교수가 최근에 연구로 증명한 바 있다.

집값 급등에 따른 소비위축은 경제성장에도 부정적 효과를 일으키므로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현재의 집값 수준은 '거품'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평균소득과 주택과의 관계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배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3분기 KB아파트 PIR(Price to income ratio,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은 10.9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1분기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연 소득 중윗값인 중산층이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10.9년을 모아야 아파트 한 채를 산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공급 확대'로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우선 실수요자에 대한 정의부터 거론했다.

김 원장은 "자신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만이 실수요자"라며 "주택 구매 시 대출 비중이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30% 이하인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격이 오른다는 전망으로 집을 사고, 대출금에 대한 원리금 상환을 주택가격이 상승분으로 갚으려는 계획을 가진 경우라면 1주택자라고 하더라도 투기적 수요"라고 정의했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위험한 투자에 뛰어드는 이유는 '집 없는 사람들이 집값 상승에 따른 자산 격차로 겪게 되는 소외감' 때문이라고 김 원장은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월급이 400만~500만원인 사람이 강남이나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에 30평짜리 집을 10억원 넘게 사들이면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겠다는 것은, 앞으로 주택가격이 더 오르지 않으면 낭패를 보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런 투기적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일부에서 주장하는 '공급 확대론'을 따른다면 나중에 수요가 꺼졌을 때 '큰 위기가 생긴다'는 것이 김 원장의 진단이다.

심지어 주택 공급물량은 상당수가 다주택자가 챙겼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 2008년과 2018년을 비교하면 주택 수는 489만호 증가했지만, 주택 소유자는 241만명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다주택자의 주택 보유'가 증가했다. 다주택자는 지난 2012년 161만1천명에서 2018년 219만2천명으로 36% 늘었다.

김 원장은 최근 12ㆍ16대책은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봤다. 12ㆍ16대책은 15억원을 넘는 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게 골자다.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도 과거보다 대출 가능한 규모를 줄었다.

그는 "거시적으로는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인 만큼 대출 규제가 유효하다고 본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꼭 필요한 것으로, 지금보다 부동산시장이 악화하면 더욱 옥좨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법인에 대해서도 주의를 환기했다. 그는 "개인의 투자에 대해서 세제와 대출 규제를 가하고 있지만, 법인에 대해서도 과세 강화와 규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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