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에 '우한 폐렴'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에서 우한 폐렴으로 4번째 사망자가 나온 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가 긴급회의를 소집했다는 소식에 금융시장이 과거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악시코프의 스티븐 이네스 전략가는 달러-위안 환율이 6.8983위안까지 치솟고, 금값이 1,569달러에 근접했다며 아시아 시장에 사스 공포가 재현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글로벌 경제가 악화하는 시기에 불거졌다며 전 세계 경기 회복세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스스로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하는 소년이 되고 싶지 않지만, 중국 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는 우려할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씨티도 우한 폐렴에 대한 우려로 중국 역내 관광업이 단기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춘제 동안 추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의 프랭크 벤짐라 아시아 주식 전략 헤드도 저널에 이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해질지 가늠하긴 너무 이르다면서도 "시장에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만 이번 바이러스가 시장에 얼마나 큰 충격을 줄지는 이번 폐렴이 미칠 경제적 충격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많은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전염병이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 발발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간 사스와 같은 충격을 줄지 우려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이어진 사스로 전 세계 29개국에서 8천여명이 감염된 것으로 보고됐다.

전 세계 사망자는 700여명을 넘어서 치사율은 9.6%에 달했다.

사스의 경우 중국이 제때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서 초기 확산을 제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WHO가 중국을 압박해 전 세계에 세부적인 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한 것이 2003년 3월 말 이후부터였다.

사스는 당시 아시아 역내 여행과 관광 산업에 치명타를 입혀 결국 홍콩과 중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베이징대학교 중국경제연구센터가 내놓은 2004년 보고서에 따르면 사스로 중국 경제의 피해액은 253억달러에 달했다.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입으면서 GDP 성장률은 1~2%포인트가량 축소된 것으로 추정됐다.

2014년 발표된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 ISEAS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나온 사스의 경제적 피해액은 전 세계적으로 적게는 200억달러에서 많게는 1천억달러까지 추정됐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피해액이 180억달러에 달해 2003년 아시아지역의 GDP 성장률은 0.6%포인트가량 축소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여행과 관광 등 서비스 산업이 직격탄을 입는다. 사람들이 이동을 자제하면서 소비와 투자도 위축된다.

특히 2003년과 달리 지금은 중국은 물론 동아시아 지역의 서비스업 비중이 커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또 다른 전염병 공포에 휩싸일 경우 경제적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하는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2002년과 2003년 중국의 성장률은 10%에 육박하던 때로 상승하는 추세에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중국의 성장률이 6%를 밑돌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중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 간의 1단계 무역 합의로 한숨을 돌린 전 세계 경제가 또다시 중국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우한 폐렴은 현재까지 중국에서 219명의 환자와 4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의료진 15명이 감염되면서 사람 간 전염도 확인됐다.

WHO는 오는 22일 긴급회의를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국제적인 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 결정할 예정이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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