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우한 폐렴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이에 따른 소비 위축이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 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와 유사하게 기준금리 인하로 이어질 것인지 주목된다.

22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전일 3년과 10년 국채선물은 각각 19틱과 72틱 급등했다.

장 초반 약세를 보이던 국채선물을 반전시킨 것은 우한 폐렴 확산에 대한 우려다.

중국 중앙TV에 따르면 중국 국가 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20일까지 우한 폐렴 확진자가 총 291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맞아 질병이 급속도로 확산할 것이란 우려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했다.

A 시중은행의 채권 운용역은 "정보 공개에 폐쇄적인 중국 정부의 성향을 고려하면 상황이 더 심각할 수 있다"며 "기우에 그칠 수 있지만 확인하고 가려는 시장 참가자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메르스와 사스 사태 때 기억도 서울 채권시장의 강세를 부추겼다. 당시에는 두 번 다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졌다.

우한 폐렴이 금통위의 비둘기 기조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인지 주목받는 이유다. 지난주 열린 한국은행 금통위는 채권시장에서 다소 매파적으로 해석됐다.

실제 과거 메르스 확산에 따른 소비위축은 2015년 6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내린 주요 배경이다.

금통위는 당시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서 회복세를 보이던 소비가 메르스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2015년 2분기 성장률은 소비와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메르스라는 돌발 변수까지 출현하자 전 분기 대비 0.3%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사스 사태 때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금통위는 2003년 5월 당시 기준금리인 콜금리를 4.25%에서 4.0%로 내리며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 경제활동의 과도한 위축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라고 명시했다.

금통위는 통방문에서 "국내 경기는 내수 부진으로 생산이 위축되고 재고가 누적되는 등 둔화추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북핵 문제 및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확산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우한 폐렴 확산 상황 등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당분간 강세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B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현재로서는 진행 경과를 보는 수밖에 없다"며 "소비 위축에 올해 2% 초중반 성장이 어려워진다면 추가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사례도 있고 금리 레벨도 오른 상태라 롱으로 좀 쏠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최근 위험 선호가 강해졌던 점도 쏠림이 심화할 것으로 보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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