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리스크' 사라지며 조용병 2기 본격 가동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와 관련한 1심 선고에서 법정구속을 면했다.

이사회가 조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며 그가 직을 유지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조건으로 법정구속만을 명시했던 만큼, 신한금융을 둘러싼 지배구조 불확실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최악은 면했다'…3월 주총서 차기 회장으로 선임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 손주철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회장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한은행 채용 과정에서 외부 청탁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직원 자녀의 채용에 있어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3년에 벌금 500만원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3년은 집행유예가 가능한 최소한의 마지노선이었다. 이에 일각에선 조 회장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신한금융이 회장 유고 사태를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신한금융이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돌입하자 금융감독원이 우려를 전한 것도 같은 논리였다.

당시 금감원은 조 회장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오기 전 경영 승계 절차를 진행하는 신한금융에 법적 리스크를 고려하라고 전달했다. 또 승계 과정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사회에 있음을 강조하며 심사숙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감독 당국의 소임을 다한 것뿐이라고 금감원은 설명했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조 회장의 1심 판결에 대한 불확실성이 금감원을 움직이는 배경으로 봤다. 이미 채용 비리를 이유로 은행권 최고경영자(CEO)가 법정 구속된 전례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사실상의 구두 경고였던 셈이다.

하지만 금감원의 우려에도 이사회는 조 회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채용비리 이슈는 이사회를 포함한 조직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라며 조 회장 연임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사회는 금감원이 지적한 법적 리스크에 대해 '충분히 고려했다'는 입장도 밝혔다. 회장 유고 시 가동할 수 있는 컨틴전시 플랜이 마련된 만큼 만약의 사태에도 상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신한금융은 내부 규범상 회장의 유고 시 비상임이사에게 1순위로 직무대행을 맡긴다. 현재 신한금융의 비상임이사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이다.

결국 조 회장이 법정구속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면하면서 신한금융은 남아있던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사실상 해소됐다.

조 회장은 오는 3월 말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식으로 선임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 조용병 2기 본격화…DLF·키코 이슈 등 현안 산적

일각에선 아직 최종심까지 물리적인 법적 절차가 남은 만큼 조 회장이 임기 중 역할을 수행하는 데 소극적일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내부에선 조 회장이 이미 지난해에만 40회 넘는 재판 일정을 모두 소화하며 기업설명회(IR)와 포럼 등 해외 활동까지 적극적으로 이어온 만큼 이런 지적은 기우로 본다. 오히려 법적 리스크를 해소된 것을 발판삼아 조용병 2기 체제를 위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신한금융은 이날 오후 조직개편과 부서장급 인사를 발표한다. 이로써 지주를 포함한 각 계열사 전열 정비가 마무리된다.

내달에는 지난해 연간 실적을 결산하고 사실상 새해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재일교포 대주주 원로 모임인 '간친회'와의 회동을 위해 일본도 찾는다. 조 회장은 매년 2월 초 그룹사 주요 사장단과 신년회 성격의 인사회를 위해 일본을 방문해왔다.

연임에 성공한 후 공식적으로 일본을 방문한 적 없는 조 회장은 이번 인사회를 통해 앞으로의 경영 계획을 주주들에게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민감한 현안 과제도 산적해 있다.

신한금융투자를 중심으로 연루된 라임 펀드와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판매 문제, 신한은행 키코 배상 등도 그룹 차원의 대응책이 필요한 현안이다.

이미 그룹 차원의 대책 마련에 나선 신한금융은 조 회장 지시하에 이들 과제에 대한 해법 마련에 착수할 예정이다.

또 연임에 성공하며 중장기적인 성과를 위해 조 회장 스스로 내놓은 과제도 있다.

국내와 해외,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추가 인수합병(M&A), 유니콘 기업 육성을 위한 트리플-K 프로젝트 등이 그 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1심 결과로 신한금융을 둘러싼 지배구조 이슈는 사실상 정리됐다"며 "올해는 윤종규 회장 등 임기가 만료되는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경쟁이 더 치열한 시기다. 주요 현안이 모두 큰 비용을 수반하는 만큼 조 회장이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심이다"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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