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장이 노조와 테이블에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 노사는 서로 지닌 카드를 꺼냈지만, 입장차만 뚜렷이 확인한 채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행장은 전일 오전 기업은행 노조와 서울 모처에서 만났다.

기업은행 본점이나 삼청동 연수원 임시 사무실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만난 것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대화에는 노측에서는 김형선 노조위원장을 제외한 부위원장급 실무진이 나왔다. 사측에서는 윤 행장을 포함해 최석호 경영지원그룹장과 행장 비서실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화는 금융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의 요청으로 이뤄지게 됐다. 대화 수준은 현 상황을 타개할 구체적인 해결점을 논하는 것이 아닌 상견례 정도에 그쳤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윤 행장이 어떤 경영철학 등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속적으로 당정청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신임 행장의 자진 사퇴나 대통령의 임명 철회는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당정청의 사과의 경우 현실적으로 받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행의 인사권은 청와대에 있음을 밝히며 행장 인사가 정당한 절차를 통해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재발방지대책의 경우 윤 행장의 의지와 결단에 따라 노조와의 타협점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언급하는 재발방지대책은 법 개정을 비롯해 임원 선임 절차를 개선하는 여러 장치를 포함한다.

현행 중소기업은행법 26조에 따르면 은행장은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한다.

그러다 보니 임원후보추천위원회나 공모 과정 도입 등의 방안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노조는 경영지원그룹 직원행복부 노사협력팀을 통해서도 윤 행장과 수시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노사협력팀은 원래 일상적으로 노사 의견을 조정하는 팀이다.

이달 초부터 출근 저지 상황이 이어지자 노사협력팀은 하루에도 몇번씩 노사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이 팀의 경우 새벽까지도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채널을 통해 윤 행장은 재발방지대책을 포함해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윤 행장의 경우 이미 여러 차례 노조와의 대화를 언급한 만큼 앞으로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윤 행장은 설 연휴 중에 본점 투쟁 중인 노조와 필요하다면 만날 용의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인 방문 계획은 아직 없다.

노조 관계자는 "임원선임절차 개선이 대화의 전제 조건이었는데 이를 이루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에 나선 것은 노조 입장에서는 한 발자국 양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jhson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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