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현대경제연구원이 한국 경제가 선진국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중진국으로 추락할 가능성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저성장과 유동성 함정, 복지 의존증의 위험이 우리 경제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원은 27일 발간한 경제주평 자료에서 올해 경제 부문의 트렌드로 ▲중진국 경로로의 추락 가능성 ▲수출 불확실성 확대 ▲민간과 공공 분야의 부채 증가 등을 꼽으며 이같이 평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2017년 3만 달러 대에 진입하면서 선진국 소득 기준의 하한선에 걸쳐 있는 상황"이라며 "2019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2018년(3만3천434 달러)보다 크게 감소하는 역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과 중장기 유동성 함정, 복지 의존을 극복하지 못하면 중진국으로 몰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원은 2% 내외인 한국의 낮은 경제 성장률이 일시적인 침체가 아니라 저성장을 시사하는 신호일수 있으며, 10년 뒤 한국과 미국의 잠재 성장률은 동일하게 1.9%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잠재 성장률 수준은 한국이 2.5%, 미국이 1.8% 정도로 추정된다.

연구원은 또 "확장적 재정정책과 팽창적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투자의 실물 부문에서 경기 회복세가 미약할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나타나는 유동성 함정의 원인은 가계 소비심리와 기업 투자심리 침체의 장기화에 있다고 판단되며, '일본형 불황'의 특징인 장기 유동성 함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유동성 함정은 경제 내 유동성이 충분하게 공급되었으나 기업의 생산과 가계의 소비가 진작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연구원은 또 생산적 복지보다 보편적 복지로의 쏠림을 경계하며 보편적 복지는 근로자의 복지 의존성을 높이고 근로 의욕을 떨어뜨려 경제 내 생산성 하락 및 비효율성 증폭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출의 불확실성 확대도 올해 한국 경제의 트렌드다.

연구원은 환율 상승과 중국의 대(對)세계 수출 증가가 국내 수출 증가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던 과거 패턴이 약화했다고 진단했다.

환율 변동분을 가격에 전가하는 정도가 완화됐고,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도 거세졌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자급률 확대 및 가공무역 억제 정책, 중국의 기술력 향상에 따른 한국 중간재 수입 감소, 미·중 무역분쟁 지속에 따른 중국의 수출 감소 등 요인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민간과 공공 부문의 부채 문제도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신용은 주택시장 관련 가계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여전히 경제성장률이나 가계소득 증가율을 상회하는 모습이다. 2019년 3분기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신용 비중은 93.4%에 달한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계대출 관련 규제가 지속돼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에 대한 가격 상승 기대심리가 유지되는 한 가계신용의 증가세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업신용은 2017년 1분기 이후 증가세가 확대하고 있으며, 기업 실적 및 투자가 부진한 것을 고려할 때 대부분 기업운전자금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명목 GDP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2019년 3분기 기준 101.1% 수준이다.

정부 부문의 부채 증가율은 2019년 7.5%를 기록해 2018년 3.1%에 비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원은 정부 부채 증가율이 2020년 이후에도 9~10%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 부채의 지속적인 증가는 국내 경기 둔화에 따른 확장적인 재정정책과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복지 수요 증가 등이 원인이다.

연구원은 또 2015~2017년 감소세를 보였던 공공기관 부채증가율이 2018년 이후 증가세로 전환했고, 2023년 5%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향후 우리나라 재정수지의 적자 발생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관리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이밖에 ▲방한 요우커(游客)의 증가 ▲2차전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 등이 올해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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